[여야 주자 대선 필승 플랜]안철수 “낡은 大통령은 가라, 새 정치 여는 代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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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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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지만 대선 일정이 점차 다가오면서 ‘안철수식 대선 프로젝트’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기성 정치권은 구체제인 만큼 자신으로 상징되는 ‘미래가치 세력’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현재의 권력과 가치를 ‘대체(代替)’하면서 국민을 ‘대변(代辯)’하는, ‘대(大)통령’이 아닌 ‘대(代)통령’론이 안 원장의 핵심 대선플랜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의 최근 언행과 주변 참모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권력 및 세대교체 이상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가능성이 높다. 안 원장은 ‘미래가치로의 교체’와 관련해 발언 수위를 계속 높여 왔다. 3월 27일 서울대 특강에선 ‘안철수 현상’을 구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로 규정하더니 5월 30일 부산대 특강에선 기성 정치권을 ‘구태의 프레임’ ‘증오의 악순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단순히 권력의 주체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정치적 가치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정치적 행태까지 변화시키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통해 ‘정치 패러다임 시프트(전환)’를 노린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대변인 격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7월 중 발간할 자전적 에세이는 이 같은 ‘안철수식 정치철학’을 가장 구체적으로 담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안 원장이 아직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1위 주자로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뒤쫓고 있는 것도 ‘안철수식 새 정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아직까지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8∼22일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양자 대결 시 박 전 위원장 49.2%, 안 원장 44.3%였다.

안 원장은 이 같은 대선 전략을 위해 가급적 기성 정치권과 거리가 있는 인사를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비롯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국내 정보기술 업계의 간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과 최근 잇달아 만나거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인사 중에는 여야를 불문하고 기성 정치인 이미지가 덜한 인사들이 접촉 대상이다. 하지만 안 원장이 측근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편이어서 일부 정치인은 여전히 안 원장의 진심이 뭔지 헷갈려 하기도 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얼마 전 안 원장의 측근이라는 사람 3명으로부터 “안 원장과 대선 행보를 함께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한 뒤 안 원장 측에 확인해 보니 이 3명은 안 원장과는 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아직 실전 정치 경험과 정무적 능력이 일천한 데서 불거진 ‘안철수식 해프닝’인 셈이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 측과 특정 인사를 통해 접촉해오다 그 루트가 단절됐다고 설명한 것도 안 원장 측은 전면 부인했다. 유 전 춘추관장은 “(안 원장 등에게) 최종 확인했다.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할지, 제3후보로 끝까지 독자 행동을 할지도 관심사다. 출마하면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지만 키는 안 원장이 쥐고 있다. 1997년 대선의 이인제, 2007년 대선의 이회창 후보가 모두 강력한 제3후보였고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지만 독자적 대선 승리는 이뤄내지 못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지지세를 몰아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탄생시킨 ‘박원순 모델’을 거론한다. 하지만 대통령선거에서도 이런 식으로 막판 지지로 판을 흔들 경우 유권자들의 차분한 판단을 흐린다는 이유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알려왔습니다]

본보 2일자 A5면 ‘안철수, 낡은 大통령은 가라, 새 정치 여는 代통령’ 기사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만나거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대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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