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출신 국회 입성]박근혜 “이석기-김재연 자진사퇴를… 거부하면 제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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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국회의원 하면 안돼”… 민주 연대책임론도 제기
통진 “5·16 쿠데타-유신 견해 밝혀라” 반격… 민주도 “엉뚱한 얘기말라” 반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종북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 후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이 통진당 사태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를 거부할 경우 자격심사를 통한 의원직 박탈 방안에 대한 견해를 묻자 “양당의 원내 지도부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저는 사퇴가 안 되면 그렇게 가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제적인 의원직 박탈 방안에 긍정적인 뜻을 밝힌 것이다.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제명과 관련해서는 원내 지도부의 논의에 따른다는 것이지 제명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의 뜻은 자진 사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동안 박 전 위원장은 통진당 사태에 대해 다른 당 내부의 일이라는 식으로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과거 경력과 최근 발언 등을 감안할 때 종북 수위가 국가를 위협할 정도라고 판단했다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박 전 위원장이 이들의 사퇴 이유로 국가관을 거론하자 통진당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맞공세를 펼쳤다. 통진당 이정미 대변인은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이 총으로 합법적 정부를 전복했던 5·16쿠데타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며 유신헌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히라”면서 “대선 후보답게 자신의 국가관부터 국민 앞에 검증받으라”고 반박했다.

박 전 위원장은 통진당 사태에 대해 야권연대의 파트너였던 민주통합당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은 통진당 사태에 대해 크게 책임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지금 민주당을 보면 구태 정치로 돌아간 것 같다. 빨리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했지 문제의 두 의원을 공천한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에 대한 엉뚱한 책임론을 거론하기에 앞서 문대성 김형태 두 의원에게 공천을 주고 당선에 크게 기여한 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먼저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맞섰다.

이날 통진당 사태에 대해 강한 톤으로 언급한 박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을 추진해 온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더 힘을 받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제명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제명에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은 상황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헌법재판소 판례에 ‘비례대표는 민주적 절차에 의거해서 선출되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자격심사를 하자는 것이지 새누리당의 제명 움직임에 동참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이석기-김재연#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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