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만남 여부가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와 만난 것을 알고 있고, 만난 사람들이 얘기했는데 박 전 위원장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저는 제보의 확실성을 믿고 있다. 시사IN 주진우 기자도 함께 만났던 사람들을 계속 취재해서 육성 녹음 등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박 전 위원장이 자신과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팀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의 측근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재반격에 나섰다. 그는 “(박 원내대표는) 갖고 있는 관련 자료를 다 공개해야 한다. 그것도 지체 없이 즉각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민주당을 거짓말만 일삼는 형편없는 집단으로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평의원도 아니고 소위 제1야당의 대표라는 분이 근거도 하나 제시 못하면서 연막만 피우고 진지하지 못하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18일 당 비대위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 씨와 수차례 만났는데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전면 부인하자 다음날 트위터에 “누가 진실인지 검찰이 밝힐 차례”라고 썼다. 박 전 위원장이 박 원내대표를 고소하면서 사건이 확산됐고 그날 박 원내대표는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고 했다.
일단 진실 여부를 가릴 열쇠는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씨의 로비사건을 수사하면서 박 씨가 정관계, 언론계 인사들과 수많은 만남을 가져 왔다는 진술을 받아놨기 때문이다. 박 씨와 가깝게 지낸 인사들은 당시 검찰에서 “박 씨의 일정에 박 전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잡혀 있었다” “박 씨가 박 전 위원장을 만나러 어디어디로 간다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진술들이 범죄 혐의와 관계없다고 보고 실제 만났는지 여부는 가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만약 만남이 사실일 경우 박 전 위원장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반대로 박 원내대표가 허위 사실을 폭로했다는 오명을 쓰고 기소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신뢰를 중시하는 박 전 위원장이 고소까지 한 걸 보면 박 씨를 만나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브로커인 박 씨가 박 전 위원장을 실제 따로 만난 적이 없으면서도 박 전 위원장과 가깝게 지내는 것처럼 호가호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박태규 로비사건’ 개요 ::
박태규 씨(72)는 정관계에 두꺼운 인맥을 갖고 있는 거물급 로비스트.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개입해 6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민주당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과 박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씨가 친한 관계라는 점, 박 전 위원장과 박태규 씨의 접촉설을 들어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문제에 연루됐을 것으로 주장한다. 박 전 위원장 측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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