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정당 사상 최악 폭력]당권파의 중앙위 ‘막장 활극’ 9시간 반 재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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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퇴장하자 고함-욕설 회의 방해
심상정 “강령개정안 통과” 단상난입 집단폭행

9시간 반 동안 진행된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는 고성과 욕설, 격렬한 난투극이 난무하는 ‘막장 폭력 드라마’였다.

당권파 당원들은 회의 시작 시간인 오후 2시 전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 회의장에 도착해 ‘당원 총투표’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세를 과시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중앙위원회의 직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거친 몸싸움 이날 회의에서 첫 안건인 강령 개정안 처리 직후 단상에 진입하려는 당권파와 이를 막으려는 진행요원 및 비당권파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거친 몸싸움 이날 회의에서 첫 안건인 강령 개정안 처리 직후 단상에 진입하려는 당권파와 이를 막으려는 진행요원 및 비당권파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당권파 ‘몸통’으로알려진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도 회의 직전 떠났다. 일각에서는 “당권파의 핵심인사들이 폭력사태를 예견해 먼저 사라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의 폭력사태를 예견이라도 했을까.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오늘은 진보정당의 ‘생얼’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날인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이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첫 순서인 성원 보고부터 기대는 무너졌다.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명부와 일치하지 않는 국민참여당계 위원이 50명 이상”이라며 회의 방해에 나섰다.

유시민 공동대표와 김용신 사무부총장 등은 “통합 당시부터 중앙위원은 각 통합주체가 자유롭게 선임하게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해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감정이 격해진 한 중앙위원이 “개××” 등의 욕설을 하며 장내 분위기가 일순간 험악해지기도 했다.

오후 4시 40분 심 대표가 강령 개정안에 대한 토론에 들어가려고 하자 당권파 측 당원과 이들이 동원한 참관인 400여 명이 일제히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대 앞까지 쏟아져 나왔다. 비당권파 측 당원들은 “광신도들의 부흥회 같다”며 치를 떨었다. 오후 8시 5분까지 회의는 3차례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오후 8시 반 심 대표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당권파인 안동섭 중앙위원이 “착석해 달라”고 하자 그대로 따랐다. 오후 9시 40분 당권파의 폭력은 절정에 달했다. 심 대표가 강령 개정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선언한 순간 300여 명의 당권파 당원들과 대학생들이 물병을 던지면서 단상에 난입해 대표단을 집단 구타했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진상조사를 주도한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힌 채 얼굴과 몸, 다리를 가격당해 옷이 찢어지고 탈진했다. 심 대표는 구둣발에 짓밟혔다. 유 대표는 심 대표를 감싸다 여러 차례 얻어맞았고 안경이 날아갔다. 조 대표는 목과 허리를 다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유 대표는 13일 온라인 토론회에서 “무서워서 오프라인 토론회를 더는 열 수 없다”고 말했다.

단상 위에서도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당권파 당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단상으로 오르려다 진행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공동대표단 3명은 진행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피해야 했다. 당권파는 의장석을 점거한 채 “불법 중앙위 해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오후 11시 반. 회의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심 대표는 무기한 정회를 선포했다. 당권파들이 의도한 대로 이날 중앙위 안건인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경쟁부문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등 당 혁신안 등은 제대로 토의조차 못했다. ‘돌격대’였던 일부 대학생들은 중앙위 파행 뒤 따로 모여 ‘정리 집회’까지 했다.

비당권파인 70대 여성 당원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평생 이런 악종(惡種)은 처음 본다”고 몸서리를 쳤다. 참여당 출신 강동원 당선자(전북 남원-순창)는 “왜 진보정치가 필요한지 지역 주민을 어렵게 설득했는데, 국민 볼 낯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당#통합진보당 폭력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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