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박근혜, 킹 말고 킹메이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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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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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출마 공식 선언“朴-문재인 대통령 되면 구태의연한 갈등 반복될 것”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8일 오전 서울대 경영대 SK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한 틀을 부수는 일을 시작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8일 오전 서울대 경영대 SK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한 틀을 부수는 일을 시작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킹이 아니라) 킹메이커(대통령을 만드는 사람)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정치적으로 필요한 때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8일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위원장에게 사실상 대선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구태의연함과 싸우겠다. 새로움이 아니면 시작하지 않겠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자신이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SK경영관 강의실에서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실장으로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며 여당의 정책위의장,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박 위원장을 ‘구태의연’ 프레임에 가두면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0년의 한국정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영남 보수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호남 진보라는 두 세력의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 속에 있다”고 규정한 뒤 “여기서 ‘빨갱이 좌파’ ‘뼛속까지 친미’ 식의 낙인 찍기와 줄 세우기, 세력 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구태의연한 틀이 유지된 채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상대는 ‘유신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공격할 것이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당선됐다고 가정하면 ‘잃어버린 10년 시즌2가 시작됐다’고 얘기하면서 다시 대립과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박 위원장에게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정치를 여는 ‘디딤돌’이 돼 달라”고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틀, 노 전 대통령의 틀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역과 이념, 계파 구도를 뛰어넘는 새 정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이·친박 중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인사들의 모임인 ‘중심모임’을 이끌었던 사실과 노동부 장관 시절 노조 관련법 처리를 주도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계파와 지역, 이념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내내 요직을 거쳤기 때문에 구태정치, 과거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는 “현 정부 장관을 했다고 친이(친이명박)라고 하면 (친박근혜계 핵심인) 유정복 최경환 의원도 장관을 지냈다”며 적극 방어했다. 그는 “저는 일을 하러 (노동부 장관으로) 갔다. 2010년 세종시 논란, 6·2지방선거 책임론으로 당정청을 조율해야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국정 최고책임자가 부르는데 (대통령실장으로) 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당내에선 임 전 실장의 대선 도전에 대해 그 이유와 배경을 해석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현 정부의 직전 대통령실장을 지냈고 청와대와의 교감설까지 나돌았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이 ‘새 틀’을 강조하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역할론과 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대표를 거명한 것을 놓고 “제3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안 원장도 기존의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 교감설에 대해선 “개인적인 신상 문제로 대통령께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임 전 실장은 행정고시(24회) 출신으로 재무부 요직에서 경제관료 생활을 했으며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16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내리 3선을 했다. 4선 의원 출신인 새누리당 권익현 상임고문의 사위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12·19대선#새누리당#임태희#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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