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영준, 他기업서도 수억원 직접받은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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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朴 前차관 소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1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수억 원의 돈을 직접 받아 이동조 제이앤테크 회장을 통해 관리해 온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돈을 박 전 차관이 이 회장에게 건넨 뒤 현금화해 다시 돌려받았는지, 박 전 차관이 ‘자금세탁’을 의뢰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2일 오전 10시경 불러 이런 의혹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 이 회장 통해 기업자금 관리 정황


검찰은 앞서 이동율 EA디자인 사장에게서 “2007년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박 전 차관에게 100만 원권 수표 20장을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이 돈을 이 회장에게 전달하면서 여러 기업에서 받은 수표와 현금 수억 원을 함께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자금세탁 창구나 비자금 ‘저수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수표들에 대한 전방위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이 돈을 입금해 뒀던 은행 직원 등 관련자 여러 명을 소환해 돈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박 전 차관이 기업들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받은 뭉칫돈이거나 17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사용한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2억, 3억 원 외에도 이 돈의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박 전 차관의 금품수수 액수는 5억, 6억 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박 전 차관이 이동률 사장을 통해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2005년 초부터 2006년 7월까지는 수시로 2000만∼3000만 원씩 1억여 원을, 2006년 하반기부터 2008년까지는 생활보조비조로 1000만∼2000만 원씩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장은 여전히 “2007년 박 전 차관에게 1억여 원을 건넸다”고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전 대표와 이 사장의 진술 액수의 사이가 얼마나 좁혀지느냐에 따라 박 전 차관의 금품 수수액수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알선수재의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2007년 4월 이전에 받은 돈은 설령 받은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사건 이후에도 의혹수사 이어질 듯

박 전 차관은 현재 서울 모처에 머물며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장면을 지켜보다 집을 나선 뒤 지방행 고속버스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차관은 현재 휴대전화는 켜져 있지만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변호사와 이번 사건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선 박 전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 사건에 연루됐을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 해명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이 회장이 “일본에서 박 전 차관을 접대했다”고 폭로하자 “당시 술값은 지인이 계산했다. SLS그룹 측으로부터 어떤 명목의 접대나 향응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파이시티 측에서 돈을 건네받은 정황과 물증을 검찰이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 수사가 끝나면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서도 소환조사를 받을 소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최근 한 달째로 접어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른바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CNK 주가 상승을 초래한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 작성을 위해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와 협의했다는 의혹도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시중#박영준#파이시티금품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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