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검토없이 합의했던 새누리, 뒤늦게 “아차”

  • 동아일보

합의 깨자니 비난여론 부담 식물국회 각오하자니 난감

국회선진화법의 모태는 2009년 4월 민주통합당 박상천 의원이 낸 국회법 개정안이다. 박 의원은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되어야만 상임위 조정 절차를 마치고 표결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제정, 개정을 개헌안 발의 수준으로 어렵게 만든 이 안에 맞서 2011년 1월 새누리당 홍정욱 의원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제한하되 일정 기간 이상 계류된 법안에 대해서는 재적 과반수의 동의로 상임위 표결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이 두 법안을 두고 여야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국회선진화모임’은 다수당이 소수당의 법안 통과 저지 장치를 종료할 수 있는 기준을 재적의원 2분의 1, 3분의 2 중 무엇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당시 169석이던 새누리당은 박 의원이 제시한 3분의 2(200석)는 자유선진당의 협조를 받아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고, 민주당은 홍 의원이 제시한 과반(150석)의 경우 이미 새누리당이 확보한 의석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논란 끝에 5분의 3(180석)이라는 절충안으로 정리된 것. 그러나 이 소장파 의원들의 판단엔 ‘다수결 원칙이 훼손되더라도 대화와 타협 문화를 위해 이를 감수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당시에도 일부에서 다수결 원칙의 훼손을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2010년 말 예산안 처리 때 국회 폭력이 발생한 이후 여당 소장파는 국회 폭력 방지에, 야당 소장파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에만 신경을 썼고 그 외의 의원은 이 법안에 별 관심이 없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심도 깊은 검토나 당내 공감대 형성 이전에 일부 쇄신파 의원의 주장을 당론으로 확정지어 여야 간에 합의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 눈에는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이 넘는 1당이 되자 19대 때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여야 합의를 깬 것처럼 비치게 됐다”며 “국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수결의 원칙을 지킬지, 아니면 식물국회를 각오하고 통과시킬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새누리당#국회선진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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