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 마련했다며 5000만원 주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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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장진수씨 “총리실 류충렬씨가 건네”류씨 “개인적으로 한 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폭로를 막기 위해 전직 총리실 직원에게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돈을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된 당시 총리실 간부는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며 돈 전달을 사실상 시인했다.

민주통합당이 18일 공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옛 공직윤리지원관)이었던 류충렬 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민주당은 ‘A 씨’라고 지칭)이 장 전 주무관과 통화를 했다. 류 단장은 2010년 7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물러난 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 쇄신을 위해 투입됐던 인물이다.

류 단장은 장 전 주무관에게 “(당신에게) 10억 원, 미니멈(적어도) 5억 원을 주겠다고 장 비서관(장석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하고 조율을 한다”며 “최종석(당시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이야기했더니 최 행정관도 수긍했다”고 말한 것으로 녹취록에 나타나 있다.

또 류 단장은 “(당신이) 벌금형이 거의 가능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장석명) 비서관이 얘기하더라. 그러고 나서 경상북도(공무원)로 보내고…”라고 말했다.
▼ 녹취록서 류단장 “장 씨에 5억∼10억 주기로 靑비서관과 조율” ▼

3개월 뒤인 같은 해 4월 류 단장은 장 전 주무관과 한 식당에서 만났다. 장 전 주무관에 대한 2심 재판이 끝난 직후였다. 녹취록에는 이 자리에서 류 단장이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 원을 건네며 “장 비서관이 주는 돈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장 전 주무관은 류 단장과의 관계에 대해 “나를 위해 중간에서 많이 나서준 분”이라고 말했다. 류 단장은 장 전 주무관과 친분이 두텁고 업무상 장석명 비서관과 만날 일도 많다 보니 중재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류 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 원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그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돈의 출처가 청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이 너무 어려워해서 개인적으로 도와주려고 한 일이다”라며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다.

장석명 비서관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장 전 주무관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내게 5000만 원이란 돈이 어디서 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장 전 주무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0년 8월 영장실질심사 이후 고용노동부의 한 간부에게서 4000만 원을 받아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고 이 중 1500만 원을 다시 받아 변호사에게 보수로 줬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8월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에게 2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적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청와대에서 받은 돈이 8500만 원에 이른다.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장 전 주무관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이 기존에 제기했던 의혹들과 함께 문제의 5000만 원이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에 무게를 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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