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싸움에… 야권연대 ‘감정 싸움’

  • 동아일보

민주 “진보당 측 경선지역 요구 3배로 늘어나 90여곳”
진보 “애초 100여곳 합의”… 한명숙-이정희 심야회동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 야권연대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양당은 9일 합의가 안 되는 게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협상 실무자들이 합의에 실패하자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밤늦게 직접 만나 줄다리기를 하는 등 진통이 컸다.

민주당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타결 직전까지 갔던 협상이 진보당의 거듭된 무리한 추가 요구로 난항에 빠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밤 민주당 신경민 대변인은 “진보당이 경선을 요구하는 지역구가 밤에 1시간마다 30곳씩 90곳까지 늘었다. 브레이크 걸려는 세력이 있다”고 했다. 애초 수도권 30여 곳에 대한 경선 합의가 이뤄졌는데 진보당이 막판에 수도권 58곳, 전국적으로 90여 곳의 경선을 요구하는 바람에 최종 합의가 안 됐다는 것이다.

진보당은 정반대 얘기를 했다. 우위영 공동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 대표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뒤집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공동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수도권 60∼70 곳 등 전국 100여 곳에서 경선하는 것으로 잠정합의됐다”면서 “민주당이 그런 내용으로 (합의문) 초안을 보냈다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100여 곳이란 숫자는 진보당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문건에 정리해 넣었던 것일 뿐”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협상 과정을 둘러싼 양당의 주장이 진실게임으로 비화하면서 야권연대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진보당 이 공동대표와 민주당 신 대변인은 이날 밤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연대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합의가 안 된 것은 우리 탓이 아니다”는 취지로 여론전을 펼쳤다.

앞서 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공동대변인은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경선을 수용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들이 출마하는 경기 고양덕양갑(심상정)과 서울 노원병(노회찬)은 대표적인 민주당 양보 지역으로 꼽혀왔다. 진보당이 기득권을 던짐으로써 민주당으로부터 경선 지역을 더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야권연대 논의에서 소외됐던 진보신당도 갈등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진보신당은 “진보당 이 공동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보신당이 야권연대의 의지가 없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 공동대표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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