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임기 끝나가는 의원직은 내놓고… 불출마엔 “아직”■ 사퇴로 막내린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제기’
고개숙인 강용석 강용석 의원이 22일 자신이 제기한 박원순 “4-5요추 사이 디스크 돌출 모습 일치”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무리수의 비극?’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27)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온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있었던 재검 과정과 의학적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강 의원은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인신공격, 명예훼손이 있었던 점에 대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나름대로 확신을 가졌던 듯하다.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은 바꿔치기 된 것으로 공개 신체검사를 통해서도 4급 판정을 받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던 것도 자기 확신에 따른 배수진이었다.
하지만 변호사인 강 의원은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결과적으로 제보에만 의존했던 셈이다. 실제 그는 병역비리 의혹 제기의 주요 근거로 박 씨의 체형을 들고 나왔었다.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을 입수했는데 173cm, 체중 63kg인 박 씨의 마른 체형으로는 등쪽의 피하지방 두께가 3cm 이상일 수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일부 의사도 강 의원이 언급한 체형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병원 측이 한 공개 재검진에서 박 씨의 키는 176cm에 체중 80.1kg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도 “체중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봐도 좀 이상하다 싶어서 상식적인 차원에서 의혹이 있다고 생각해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했지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의혹 제기치고는 군색한 변명이었다.
그는 2010년 7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당시 한나라당에서 출당 조치를 당하면서 무소속으로 지내왔다. 그 후 1년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그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당시 후보였던 박원순 시장과 야권 대선 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타깃으로 공세를 펼쳤다. 성희롱 발언으로 촉발된 부정적 이미지를 만회하고 정치적으로 재기하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의혹 제기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그는 4·11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서울시의 한 고위 간부는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보려다 자충수를 둔 것 같다”며 “석 달밖에 임기가 남지 않은 의원직 사퇴로 생색낼 게 아니라 아예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는 트위터에 “강용석이 부르는 삼태기 메들리의 리듬에 맞춰 막춤 추던 의사 분들, 이참에 집단으로 반성들 좀 하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강 의원이 MRI 사진을 어떻게 입수했느냐에 따라 관련자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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