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원 “재벌, 울타리에 가둬야… 해체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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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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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 강조한 새 정강정책 이끈 김종인 비대위원

“국민은 권위적인 통치가 싫어 투쟁을 통해 정치 민주화를 쟁취했다. 거대 경제세력의 지배를 못 견디겠다면 언젠가 경제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사진)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정당이 이런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은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원장으로 경제민주화 실현을 강조한 한나라당의 새 정강·정책을 이끌었다. 그는 “재벌이 시장원리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은 착각이다. 정부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의 재벌해체론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은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가 전날 제시한 재벌개혁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재벌 개혁을 제기한 이유는….

“재벌은 자기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이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협박하고, 정부는 이를 두려워한다. 어떤 정부도 재벌 문제에 손을 못 댔다. 노무현 정부도 말만 했지 실제 한 일이 뭐 있나. 차기 대통령은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재벌해체 주장이 나온다.

“재벌은 해체할 수 없다. 암탉이 앞마당에서 여기저기 다니며 아무거나 먹어치운다고 해서 목을 비틀면 알을 낳을 수 없다. 나눠 먹을 게 없어진다. 그래서 일정한 울타리에 가둬놓고 그 안에서만 모이를 먹게 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제기된 ‘재벌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특정 계층을 상대로 한 세금이란 존재할 수 없다. 한나라당도 세제 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소득 재분배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검토해야지 특정 계층을 겨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비대위가 공천개혁안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내놓으며 1막을 마감했는데 평가는….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다. 김세연 의원의 용퇴론 발언은 의미심장한 얘기다.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책임이다. 당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게 얼마나 한심하냐. 꿈쩍도 안 하는 이들은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충분하지 않다.”

―박근혜 위원장이 여권 분열을 우려해 인적 쇄신에 말을 아낀다는 관측에 대해선….

“일각의 집단 탈당론은 협박용이다. 정당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는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딱 자를 수 있어야 한다. 박 위원장은 굉장히 단호한 사람이다. 공천 과정에서 정치적 결단을 하는 단계가 있을 것이다.”

―당 일각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영입론도 나온다.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다. 안철수는 장사꾼이라 계산을 용의주도하게 한다. 시들어가는 정당에 뛰어들지 않는다(김 위원은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또 총선 패배로 박 위원장이 상처를 입으면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주도해 한나라당이 이 꼴이 됐다.”

―쇄신이 잘 안 되면 비대위원을 그만둘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한나라당이 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올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내가 불편함을 준다면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만 생각하기에는 당이 그렇게 편안한 상황이 아니다. 최대한 노력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 주장은 유효한가.

“국정 실패가 한나라당에 짐이 됐으니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뿐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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