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내려던 책 ‘OK’ 못하는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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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일각 “安 없이도 대선 이길수 있어”
‘청콘’ 원고 돌려달라 한 뒤 기부재단 집중

정치를 본격적으로 할까, 말까.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의 고민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듯하다.

8일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계속 (정치를 하며)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던 그는 현재 몇몇 지인을 제외하곤 외부와 연락을 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초 이달 말에 내려던 에세이집의 출간 시기도 늦췄다. 안 원장 에세이집을 출판할 예정인 김영사 측은 “최근 안 원장이 원고를 다시 돌려 달라고 한 뒤 아직 최종 사인을 안 주고 있다”고 전했다. 에세이집은 지난해 청춘콘서트 발언 내용을 축약한 것으로 안 원장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에세이집에 그의 최근 고민이 담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지인들은 “정치를 해야 할지 진심어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지만, 달라진 야권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한명숙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오랜만에 결집력을 보이면서 얼마 전까지 대선 승리를 위해 안 원장을 구세주로 여겼던 야권 내 분위기도 약간씩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주변에선 요새 ‘안철수’ 이름이 예전만큼 많이 들리지 않는다. 한 대표도 15일 전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안 원장을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고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뒤 공식 석상에선 그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친노 지도부의 등장으로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안철수 없이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채널A 영상]안철수, 정치참여 여부 묻자…“선수끼리 왜 이러십니까”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완벽주의자인 안 원장은 자신이 즐기면서 잘할 수 있고 가급적 좋은 결론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진흙탕 같은 권력 투쟁을 벌이면서까지 정치를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안 원장은 정치 입문 여부를 계속 고민하며 기부재단 설립에 당분간 다걸기(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안 원장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일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며 “성공적으로 재단을 설립한 뒤라야 정치 입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을 만나 재단 설립에 대한 조언을 구한 안 원장은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구체적인 재단 설립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재단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기회 부여를 위해 공립학교 설립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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