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주요 정치인 리더십 이미지 박근혜=엄격한 머리, 안철수=따뜻한 가슴 떠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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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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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주요 정치인 리더십 이미지 조사해보니

거울아, 거울아, 2012년 한국의 새로운 리더는 누구니? 한국인의 마음속에 겹겹이 쌓여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끄집어내 봤다. 거울에는 누구의 얼굴이 떠오를 것인가.
거울아, 거울아, 2012년 한국의 새로운 리더는 누구니? 한국인의 마음속에 겹겹이 쌓여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끄집어내 봤다. 거울에는 누구의 얼굴이 떠오를 것인가.
거울아, 거울아! 올해는 누굴 뽑아야 하니?

올해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찾아야 하는 해다. 이상적 지도자를 뜻하는, 소설 속의 큰 바위 얼굴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로서의 큰 바위 얼굴을 이루는 조건은 시대마다, 시기마다 다르다. 그때그때의 환경과 시대정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18대 대통령선거를 11개월 앞둔 지금,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 갖춰야 할 리더십의 요건은 무엇일까.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는 동국대 여준상 교수(경영학)와 함께 현재의 유력 정치인 7명(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정몽준 김문수·이상 동아일보 1일자 여론조사 대선후보 다자대결 결과 순·박원순 나경원)과 정치권에 근접해 있는 유력 인사 1명(안철수)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즉 그들이 어떤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또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상(像)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8명의 유력 인사가 얼마나 이상적 정치인상에 가까운지도 살펴봤다.

[채널A 영상] 홍준표 “박근혜가 대통령? 아직은 잘…”

○ 마음의 문을 여시오! 내가 들어가게


사람들이 꼽은 이상적 정치인은 결국 ‘나를 더 신경 쓰고 배려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는 현재의 경제사회적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응답자들이 인식하는 이상적 정치인의 이미지는 활동적이고 씩씩하며 야망이 어느 정도 있고 사회생활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리더십을 공유하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지원·육성하며 자상하고 수평적 평등적인 성향을 띤다. 또 이상적 정치인은 변화와 모험을 지향하는 편이며 사람들과 공감하는 정도가 매우 높다. 반면 다소 남성적이며 다소 공격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초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이승윤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정치인 리더십 이미지에 대한 설문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변혁적(transforming) 리더십을 많이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리더십은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사람들을 포용하며 끌어가는 특성이 있다.

이상적 정치인에 대한 설문 결과를 ‘균형 잡힌 리더십 모델’(상자기사 참조)을 통해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가운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과 실천하는 배짱을 가진 리더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적 정치인의 리더십 유형은 머리 영역 2개, 가슴 영역 6개, 배짱 영역 8개로 구성됨) 또한 응답자들은 이상적 정치인이 정의(7점 만점에 6.02점)와 행복(5.78점)을 떠올리게 하며, 리더십(5.87점)과 자신감(5.77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O₂는 이명박 대통령을 균형 잡힌 리더십 유형으로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의 배짱 영역은 8개로 이상적인 정치인의 개수와 같았다. 그는 이상적인 정치인보다 더 야망이 있고, 남성적이며, 공격적으로 인식됐다. 응답자들은 이 대통령이 원톱형 리더이자 감독자 성향이고, 엄격하고 수직-권위적인 성향을 띤 것으로 보고 있었다. 즉,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 방향을 정하는 머리 영역과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 주저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배짱 영역의 리더십은 충실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대한 진실한 의사소통, 타인에 대한 개방적 태도, 공감, 존중을 나타내는 가슴 영역은 이상적 정치인에 크게 못 미쳤다. 5년 전 당선 당시 이 대통령의 리더십 이미지와 이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가슴이 따뜻한 리더를 원하고 있다는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이전에는 경제 불황 등의 상황을 머리와 배짱의 리더십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렇지만 지금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감 소통 따스함 정의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가슴의 리더십이 중요시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머리의 박근혜, 가슴의 안철수


8명의 인사 가운데 이상적 정치인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형성한 사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안 원장은 21개 항목 중 9개 항목에서 이상적 정치인상에 가장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균형 잡힌 리더십 모델로 보면 안 원장은 성격·경향을 나타내는 16개 항목 중 머리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4개, 가슴 영역 8개, 배짱 영역 4개로 가슴 영역에 충실한 리더십 유형을 보였다. 특히 가슴 영역을 나타내는 리더십 공유(5.18점), 지원·육성자 성향(5.35점), 자상함(5.19점), 수평-평등적 성향(5.60점)에서는 점수가 이상적 정치인보다 적게는 0.3점에서 많게는 0.81점 높게 나왔다. 사람들은 안 원장을 이상적인 정치인보다도 더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또 공감을 잘하는(5.07점) 사람의 이미지가 다른 누구보다 견고했다.
▼ 이상형 1위 안 원장 ‘정치 잘할 것’ 항목선 상대적 저평가 ▼

안 원장은 다른 7명의 인사에 비해 차분하고 얌전하며, 야망이 있다기보다는 욕심 없고 소박하며, 사회생활보다 가정생활에 충실한 것으로 비쳤다. 그는 결과보다는 행동(과정)을 중요시하며, 안정보다는 변화-모험을 지향하는 배짱의 리더십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균형 잡힌 리더십 모델로 볼 때 머리 영역에 충실한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항목 중 머리 영역이 9개로 배짱 영역 4개, 가슴 영역 3개를 압도했다. 박 위원장은 ‘사회생활 충실-가정생활 충실’ 항목 하나에서만 다른 정치인에 비해 이상적 정치인에 가장 가까웠다.

박 위원장은 야망이 있고, 가정생활보다 사회생활에 충실한 것으로 인식됐다. 안 원장에 비해 원톱형 리더, 감독자 성향, 엄격함, 수직적-권위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행동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는 ‘얼음공주‘란 별명과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활동적이고 씩씩함’, ‘방어적’, ‘만족 지향’, ‘가까운 미래보다는 먼 미래가 떠오른다’는 점에서는 안 원장과 비슷한 이미지를 보였다.

이상의 결과로 보면 박 위원장이나 안 원장 모두 균형 잡힌 리더십 유형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한 영역으로 치우쳐 있다. 다만 가슴이 따스해 보이고 사람들과 공감을 잘할 것으로 보이는 안 원장이 박 위원장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유리하게 비친다.

그러나 세대별로 들어가 보면 박 위원장에게서도 가슴 영역 리더십이 그렇게 부족한 것만은 아니란 점이 드러난다. ‘자신의 감정에 더 신경 쓴다-공감을 잘한다’는 항목에서 박 위원장은 전체적(3.70점)으로는 다소 자신의 감정 쪽에 쏠렸지만 50대에서는 4.10점을 나타내 오히려 공감을 잘하는 걸로 인식됐다. 또 ‘정의가 떠오른다’는 항목에서도 전체적으로는 3.39점을 받았지만 50대는 점수를 4.17점이나 줬다. 독특함 행복 자신감 리더십 항목에서도 50대로 갈수록 호의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체적으로 50대 이상 유권자에게는 박근혜가 따스한 가슴의 리더십을 지닌 ‘자신들의 안철수’로 인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나경원 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같은 여권 인사는 대체로 문재인 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야권 인사에 비해 가슴 영역의 리더십에서 상당히 뒤떨어지는 이미지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 전 후보가 박 시장을 이기지 못한 한 요인으로 분석될 수도 있을 듯하다. 흥미롭게도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전 영역에서 김 지사와 매우 비슷한 이미지를 나타냈다.

○ 양날의 검(劍), 이미지

이번 조사는 설문 말미에 이들 인사에 대한 응답자의 태도를 보는 항목을 3개 제시했다. 21개 항목에 답을 한 다음 이 인사들이 ‘정치를 잘할 것인지’, ‘마음에 드는지’, ‘선거에 출마한다면 찍을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이 세 항목에 대해 이상적 정치인의 점수는 각각 5.75점, 5.86점, 6.04점이었다. 역시 이 점수에 가장 근접한 인사는 안 원장이었다. 안 원장은 각각 4.36점, 5.38점, 5.07점을 받았다. 그 뒤를 박 시장(4.33점 4.50점 4.46점), 문 변호사(4.05점 4.11점 4.02점), 박 위원장(3.59점 3.43점 3.32점)이 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안 원장이 ‘정치를 잘할 것이다’ 항목에서 4.36점을 받은 것이다. 이 항목은 안 원장이 총 24개 항목 중 이상적 정치인의 점수와 가장 큰 차이(1.39점)를 보이는 항목이기도 하다. 응답자들은 안 원장을 보면 정의(5.41점) 행복(5.21점), 자신감(5.19점), 리더십(5.00점)을 가장 많이 떠올리고, 그가 가장 가슴이 따뜻하고 소통을 잘하며 배려를 잘하는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실제 정치를 언급하자 선뜻 그만큼의 기대를 보내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사람들은 따스한 가슴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는 안 원장에게 호의를 보이지만 배짱 리더십 이미지가 약한 그가 현실에서 제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일 수 있다.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는 안철수 혼자서는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이상적인 정치인에 가깝지만 혼자의 힘보다는 정치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표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한 판단 유보로도 읽힌다. ‘안철수도 좋은 사람이지만 결국은 다른 정치인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이중적 인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치고받는 것을 보고 욕을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그게 정치인데 뭐…’ 하는 심리다. 그렇기 때문에 안 원장 같은 ‘순수한’ 인물이 정치판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지점에서 과연 현재의 이미지가 실제 투표행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O₂와 여 교수는 각 항목 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분석(항목 간 회귀분석)을 시도했다. ‘선거에 출마하면 찍을 것’이라는 항목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무엇인지 분석해 보니 ‘정치를 잘할 것’보다는 ‘마음에 든다’가 꼽혔다. 어찌되었든 간에 유권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에 든 사람에게 표를 던져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선거 전공)는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라고 주장한다. 유 교수는 “선거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그런 반대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순간 바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큰 바위 얼굴은 달처럼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만 ‘이게 닮았느니, 저게 닮았느니’ 손가락 끝만 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교수 marnia@dgu.edu    
■ 32개 성격·경향, 머리 가슴 배짱 영역으로 분류해 조사

정치인 리더십 이미지 설문조사는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온라인 조사 전문회사 엠브레인의 패널이다. 이들 패널은 우리나라 총 인구의 성별, 연령별, 소득별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는 전국의 20∼50대를 대상으로 했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적정한 인구 표본을 추출하기 어려운 60대 이상은 제외했다. 이번 조사의 신뢰 수준은 95%이며, 오차 범위는±4.27%다.

O₂는 이번 설문에서 먼저 리더십 유형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인물의 성격과 그의 꾸준한 경향성을 나타내는 항목 16개를 제시했다. 16개 항목은 각각 상대되는 성격 또는 경향을 한 쌍으로 묶었다. 예를 들면 ‘야망이 있다-욕심이 없고 소박하다’ ‘자신의 감정에 더 신경 쓴다-공감을 잘한다’ ‘변화(모험)를 지행한다 안정을 지향한다’ 등이다. 양쪽의 성격·경향을 각각 ‘아주 그렇다’ ‘그렇다’ ‘그런 편이다’로 나눠 적시하도록 했고 두 성격·경향을 모두 드러내는 점을 중간으로 했다. 중간 지점은 4점으로 했으며 왼쪽 끝은 1점, 오른쪽 끝은 7점으로 하는 7점 척도를 적용했다.

이어 모두 32개 (항목 16개×한 쌍)의 성격·경향을 인사관리 전문 다국적 컨설팅사 머서(Mercer)가 고안한 ‘균형 잡힌 리더십(Whole Leadership)’ 모델에 따라 분류 했다. 균형 잡힌 리더십 모델은 머리(Head), 가슴(Heart), 배짱(Guts) 등 세 영역을 고루 갖춘 사람이 이상적인 리더라고 정의한다. 크게 머리는 냉철한 판단, 가슴은 타인과의 교류·공감, 배짱은 신념에 따른 실천을 나타낸다.

머서 한국지사인 머서코리아의 분석에 따르면 32개 항목을 머리 영역 11개(차분하고 얌전·원톱형 리더·감독자 성향·엄격함·수직-권위적·방어적·결과 중요시·독립적-개인 지향·완벽 지향· 먼 미래·실현가능성), 가슴 영역 12개(욕심 없고 소박·가정생활 충실·리더십 공유·지원-육성자 성향·자상함·수평-평등적·여성적·안정 지향·만족 지향·공감·이상성·집단적-관계지향적), 배짱 영역 9개(활동적-씩씩함·야망·사회생활 충실·남성적·공격적·행동 중요시·변화-모험 지향·자신의 감정에 더 신경·가까운 미래)로 나뉜다.

이어 정치인에게 중요한 성격을 드러내는 항목 5개(독특함·행복·자신감·리더십·정의)를 제시했다. 이항목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부터 ‘매우 그렇다’ 까지 7점 척도(1∼7점)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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