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총선 불출마냐 공천권 포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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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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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모든것 내려놓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총선 공천 개혁과 관련해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겠다고 밝히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박 위원장은 3일 KBS1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공천제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꿔 나갈 것”이라며 “저를 비롯해서 한나라당의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국민 편에 서서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우리 정치를 완전히 바꿔 내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당내 일각의 논란에도 인적 쇄신과 공천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가 라디오 연설에서 “매번 개혁과 혁신을 한다고 하면서도 번번이 주저앉곤 했는데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 내부의 논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총선 불출마? 공천 불개입?


박 위원장의 이날 연설에선 특히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우선 박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서울 출마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7월 19일 대구를 방문했을 때 기자들과 만나 총선 불출마설(說)에 대해 “완전히 오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일 몇몇 종편채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총선 출마는 지역구민(대구 달성)과의 소중한 약속”이라고 했다.
▼ 朴 “나 포함 일체 기득권 배제”… 대대적 현역 물갈이 예고 ▼

“떡이 왜 이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시루떡을 자르다 떡 위에 놓여 있던 장식물이 칼에 붙어 올라오자 정몽준 전 대표가 이를 떼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아 이혜훈 의원, 권영세 사무총장, 박 위원장, 정 전 대표,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떡이 왜 이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시루떡을 자르다 떡 위에 놓여 있던 장식물이 칼에 붙어 올라오자 정몽준 전 대표가 이를 떼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아 이혜훈 의원, 권영세 사무총장, 박 위원장, 정 전 대표,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지만 친박계 내에서도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이 당의 전면에 서서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 만큼 지역 불출마는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이 자신을 공천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전·현직 당직자 모임인 ‘리셋(Reset) 대한민국 4.0 추진위원회’는 박 위원장의 수도권 출마를 촉구했다. 하지만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위원장의 스타일상 서울 출마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친박계 인사들은 전했다.

박 위원장이 공천에 불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당 대표의 권한인 공천권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공천권에 대한 완전한 포기는 아니지만 계파 간 ‘공천 나눠 먹기’나 죽고 죽이는 ‘공천 학살’ 없이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겨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4일 당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 공천권에 대해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의 ‘기득권 배제’ 발언은 친이(친이명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있다. 친박계라고 해서 공천 심사에서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측근 인사는 “박 위원장은 공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친박 인사라 하더라도 감싸지 않을 것”이라면서 “친박계에 대한 특혜나 역차별 어느 쪽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밝은 해 다시 뜰 것”


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동트기 전 새벽의 칠흑 같은 어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뛰며 진심 어린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염원을 담은 밝은 해가 다시 뜰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의 강력한 쇄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전날 라디오 연설 녹음을 하며 원고에 적힌 ‘혁신’을 그대로 읽었다가 ‘쇄신’으로 바꿔 다시 녹음을 할 정도로 쇄신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몽준 전 대표는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금년은 흑룡의 해이며 흑룡은 여의주를 두 개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금년에 중요한 두 번의 선거(총선과 대선)가 있는데 우리도 두 개의 여의주를 잘 굴려 두 선거 모두에서 승리하자”고 말했다.

그는 1일 단배식에서도 “용은 여의주 두 개를 갖고 있다. 4월과 12월의 두 선거는 대단한 변혁기에 있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두 개의 여의주 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과 자신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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