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대위 출발부터 ‘거침없는 쇄신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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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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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회기중 불체포특권 포기… 최구식 의원엔 자진탈당 권유디도스 수사 국민검증위 설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황우여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황우여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7일 공식 출범하자마자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대대적인 인적·정책 쇄신을 예고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10명의 비대위원은 이날 첫 회의에서 쇄신의 첫 조치로 당 소속 의원들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정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혐의로 비서가 구속된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박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상견례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비대위는 2시간 반의 논의 끝에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조차 안 됐던 획기적인 조치들을 내놓았다.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이 사건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떠난 민심을 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위원장이 먼저 “당이 강도 높게 선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고 한다. 이에 한 원내 비대위원이 “한나라당 의원이 연루됐다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우리 당 의원이라도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비대위원들도 “모든 비리 문제에서 한나라당 의원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최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 요구는 김종인 비대위원이 “한나라당에 관련 있는 의원이 있다면 과감히 잘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제기됐다. 조현정 위원은 회의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불신받고 있는 국회의원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탈당을 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 의원이 책임을 지는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무죄가 입증되면 그때 당에 복귀하면 된다”고 의결 내용을 전했다.
○ 청와대와 선 긋기

비대위는 디도스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해 최연소(26세)인 이준석 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의혹이 있으면 국민의 시각에서 검증한 뒤 검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재검증을 요구할 계획이다.

황 대변인은 “외부 위원들은 ‘디도스 사건에 한나라당이나 청와대가 관련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믿어주는 국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등 권력형 부패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김종인 위원은 “박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틀에 갇히면 아무것도 안 된다.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인사는 “청와대와 확실한 선 긋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대위원들은 ‘나꼼수(나는 꼼수다)’ 현상, 국민과의 소통 문제, 정책쇄신 방향 등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정치 개혁과 공천제도 개선 △정강정책 개선과 총선공약 개발 △온·오프라인 소통 △인재 영입 등의 4개 분과를 운영하고, 현장을 다니며 정책 쇄신에도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 “한가하게 구경하러 온 것 아니다”


외부에서 영입된 비대위원들은 당 쇄신·변화의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상돈 위원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비대위가 최고위원회를 대신하는 것 자체가 정당사에 초유의 일인데 우리는 한가하게 회의 구경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양희 위원도 “정당과 국가가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는데 상견례하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위원도 “많은 사람이 한나라당에 제가 가서 트위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그러려고 참여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쓴소리와 강도 높은 당 쇄신을 주문하는 비대위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 “파격적이지만 한나라당스럽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는 이날 외부인사 6명을 포함한 11명의 비대위 인선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분들을 어렵게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원의 면면을 보면 명문가와 정치인 집안 출신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세연 위원은 박 위원장의 이종사촌인 홍소자 여사와 한승수 전 국무총리 부부의 사위다. 아버지 김진재 전 의원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2세 정치인이다. 김종인 위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이양희 위원은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딸이자 김택기 전 의원의 부인이다. 김택기 전 의원도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의 아들이다.

비대위원들은 또 대체로 ‘스펙’ 좋은 엘리트들이다. 교수인 조동성 이상돈 위원은 KS(경기고-서울대) 라인이고, 김세연 황우여 이주영 위원은 서울대 출신이다. 김종인 이양희 이준석 위원은 학부부터 외국 명문대에서 유학했다.

이 때문에 이날 상임전국위에선 “(비대위원 인선을 추가로 하면) 서민의 아픔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이 들어오면 좋겠다”(전재희 의원), “밑에서부터 애환을 같이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체험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김영선 의원) 등의 얘기가 나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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