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박근혜 비대위 공식 출범… 외부영입 6인의 一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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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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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나라-소외계층 비상상황… 나와 안철수 엮는건 억지”

27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최연소 비대위원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26)가 회의가 시작되자 메모지와 펜 대신 태블릿PC를 꺼내 검색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7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최연소 비대위원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26)가 회의가 시작되자 메모지와 펜 대신 태블릿PC를 꺼내 검색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7일은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모처럼 언론으로부터 ‘외면(?)’ 당한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이날 언론의 관심은 26세의 벤처기업가인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에게 쏠렸다. 비대위원장실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은 이 위원에게 질문을 하느라 아무도 지나가는 박 위원장을 붙잡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이런 광경을 보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 “나는 두각 드러내지 않은 적 없어”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교육 벤처기업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인 이 위원은 거침이 없었다. 비대위 첫 회의 시작 전 그는 기자들에게 “내가 살아오면서 코딱지만 한 집단에 들어가더라도 두각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없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비대위 참여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선 “(박 위원장에게) ‘제가 조용히 있는 성격이 아닌데 괜찮겠느냐’고 했더니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이어 “비대위의 ‘비상 상황’이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비상이라면 재미가 없겠지만 나라의 비상이고 소외계층의 비상이라면 (참여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영상) 홍준표 “박근혜가 대통령? 아직은 잘…”

이 위원은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내가 구상하는 정책 및 쇄신안을) 논리적으로 설득당하지 않는다면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당 쇄신의 키워드에 대해선 ‘정책의 쇄신’이라고 밝히면서 “한나라당의 문제는 소통이다. 소통은 정책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분야에 대해 그는 “(교육 봉사단체를 운영한) 경험 등을 통해 내가 대표할 수 있는 연령대 등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에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스무 살 때 정치를 해볼 생각도 있었는데 이후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다. 그래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는 개인사도 “아버지는 증권사에 다니다 퇴직해서 중소기업 법정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병역은 2007년부터 작년까지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등 솔직히 밝혔지만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그 질문 하지 말라고 오늘 다섯 번이나 이야기했다. 너무 민감한 질문”이라며 웃어넘겼다.

○ “스펙만으로 안철수와 같은 프레임 엮으려는 건 억지”


이 위원은 ‘한나라당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해 이 위원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 교수는 누구라도 존경하는 분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만으로 같은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과의 인연에 대해선 “대학교 때 처음 만났다”고 답했다. ‘그것이 언제냐’는 질문이 뒤따르자 “그게 중요한가요. 역추적해서 확인하시라”고 답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하버드대를 방문했을 때 이 위원을 만나 악수를 나눴고 최근엔 박 위원장이 이 위원이 만든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교육 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수업을 참관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전했다.

배나사는 이 위원이 하버드대 졸업을 앞둔 2007년 5월 모교인 서울과학고 동문 홈페이지에 “우리가 배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에 동문 7명이 동참해 만들어졌다. 서울 용산구의 도움으로 중학교 교실 한 칸을 빌려 시작한 배나사는 현재 300여 명의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올 초 교육 벤처기업을 창업한 그는 낮에는 회사 대표로서 일하고 밤엔 무료 과외 봉사활동을 한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난 구조조정 기술자… 청년실업 해소 총력”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54)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요청을 몇 번 고사한 끝에 비대위에 합류했다. 조 대표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니고 앞으로 정치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과 이공계 좌장들이 삼고초려를 무색하게 할 만큼 강력히 요청했다”고 뒷얘기를 털어놨다.

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한나라당 당원도 아니고 진보인사를 더 많이 아는 제가 비대위를 맡은 이유는 ‘정치인’이 아닌 ‘구조조정 기술자’로 봐 달라”며 “한나라당 비대위가 계파가 없는 일반 국민으로 구성되면 (한나라당이) 달라지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그는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인사로 1983년 비트컴퓨터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지냈다. 조 대표는 “청년실업 해소와 이공계 강화를 위해 비대위에 합류하기로 했다”며 “청년들이 이공계,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능력을 조기에 키울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고용의 틀을 짜고, 창의경제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용의 틀을 짜는 데 큰 역할을 할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아이들 폭력의 그늘서 벗어나게 해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출된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여)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제외하곤 유일한 여성이다. 하지만 여성 배려 케이스라기보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아동인권 전문가라는 점이 인선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에 선출된 후 2005년 부위원장을 거쳐 2007년 위원장을 지냈다. 유엔 진출 4년 만에 위원장에 오른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과는 잘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승 전 헌정회장(전 신민당 총재)의 딸로서 부친들은 1960, 70년대 정적(政敵)관계라 할 수 있다. 그는 부친인 이 전 회장에 대해 “언제나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셨다”며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박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요청을 수락한 데도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택기 전 의원이 남편이다.

그는 27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어젠다를 모든 정책논의의 중앙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이들이 폭력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고, 학생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김종인 前의원 “창조적 파괴 않고는 한나라 생존 불가능”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최고령자’인 김종인 전 의원(71)은 노태우 정부 시절 보건사회부 장관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으며 비례대표로만 4선 의원을 지낸 ‘정책통’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계획 등에 참여한 인연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책자문에 응해왔다. 특히 한나라당의 감세철회 논란과 관련해 박 위원장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복지 정책 수립에도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정치권에 나오겠다고 하지도 않은 사람을 두고…. 그건 그 사람 자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이상돈 중앙대 교수 “MB정책 줄곧 비판… 한국 심각한 위기”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당정치,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현 여권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 촛불시위를 촉발한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고,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모르는 이 대통령에게 절망감을 느낀다”는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비대위와 당 내부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비판적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교수는 2008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주도한 ‘자유신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여와 정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조동성 서울대 교수 “청년들 꿈 펼칠 무대 만들어 줘야”


“젊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고 그들이 가진 꿈을 마음껏 실행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7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오랜 교수 생활에서 느낀 청년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몇 차례 인사를 나눈 사이였지만, 동아일보 초청으로 지난달 방한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박 비대위원장의 만찬에 두 시간 넘게 배석했다. 경영전략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도한 희망제작소 이사를 맡을 정도로 이념 편향성도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조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모친인 조마리아 여사의 친정 종증손이라는 인연으로 안중근의사기념관장도 맡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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