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김정은, 이희호-현정은에 ‘대남 메시지’ 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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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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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피해 오늘-내일 방북… 北 “남측 조문허용 수위로 진정성 평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한다. 이들이 후계자 김정은과 만날지, 이들에게 어떤 대남 메시지가 전달될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26일 오후로 예정된 조문에서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을 따로 접견할 수도 있다. 통일부는 “26일에 오찬이 있다. 만찬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지만 만찬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참석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데리고 나와 식사를 주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당국 간 공개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북측이 조문단을 ‘대남 메신저’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일단 북측은 6·15공동선언 이행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할 소지가 커 보인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정부가 내비친 대북정책의 유연화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현 회장과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관련 협의가 오갈 수도 있다. 현 회장 측이 조문단에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 등 핵심 간부를 대거 포함시킨 건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조문단을 접견할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대남 메시지보다는 큰 틀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이 6·15공동선언의 이행과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김 위원장의 유훈사업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정도의 말을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문에 감사하다”는 의례적인 인사 외 의미 있는 대남 메시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과 조문단이 상주와 조문객의 관계에서 의례적인 인사를 서로 주고받겠지만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북측이 경황이 없고 시기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문단의 방북을 허용하면서도 북한이 조문을 대남 비난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은 28일 영결식에 조문단이 참석하는 일정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조문단에 영결식 당일 방북을 피해 달라고 권고해 하루 전인 27일 남측으로 돌아오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27일에도 별다른 일정 없이 오전 일찍 평양을 출발한다. 이 여사 측만 돌아오는 길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방문한다. 다만 25일 최종 결정된 평양 도착시간(오전 11시 반)이 애초 예정시간(오후 5시)보다 빨라져 평양 체류시간은 길어졌다. 이 여사 측과 정부가 신경전을 벌였던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방북은 무산됐다.

정부는 애초 동행하기로 했던 정부 실무진도 방북단에서 제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실무자가 오면 당연히 조문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혀와 실무자 동행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계속 김 위원장 조문 문제를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데 이용하고 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25일 “조문 허용 수위를 지켜본 뒤 남측 당국의 도덕적 한계(를 평가할)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단체 1명 밀입북 강행


한편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진보단체에서 밀입북을 강행해 파문이 예상된다. 진보단체인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문을 위해 현재 1명이 북한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언제, 누가 방북했는지 구체적 내용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며 함구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코리아연대가 통일부에 방북신청은 했지만 북한의 초청장이 없는 등 승인조건을 갖추지 못해 접수 자체가 되지 않았다”라며 “방북 신청했던 2명 가운데 1명이 밀입북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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