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인선, 2005년에 힌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뒤통수 칠수도” 참모들 반대에도 강성 비주류 홍준표에 혁신위 맡겨
“黨 쇄신의 기틀 만들었다” 평가

“홍준표 의원이 언제 뒤통수칠지 모른다. 안 된다.”

2005년 당시 김무성 사무총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박근혜 대표에게 “홍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재고하라”고 여러 번 강하게 요구했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중요한 고비마다 박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강성 비주류’였다. 박 전 대표는 며칠간 고민하다가 “홍 의원이 잘하신다고 했다”면서 혁신위 구성과 운영의 전권을 요구했던 홍 전 대표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해야 할 첫 업무인 비대위 구성을 앞두고 ‘2005년 혁신위 구성과 활동’이 16일 회자됐다. 박 전 대표를 견제하는 비박(非朴)들은 일단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인정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물밑에선 “대표는 2년 임기라도 있지 비대위원장은 임기 규정도 없고 대선 출마도 자유로운 그야말로 제2의 유신체제 아니냐” “불공정 게임이 시작됐다. 비대위에라도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은 2005년 혁신위 사례를 들며 “박 전 대표 스타일이 자기 사람을 비대위에 넣지 않고 요구하는 것을 다 받아들이는 결단을 할 수 있다”며 “일단 보고 말하라”고 반박했다.

당시 혁신위는 당헌 당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등 현재 한나라당 체제의 기틀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친박들은 “당시 박 전 대표가 독배를 마셨고 그것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못 됐다”고 푸념한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최근에도 이들이 만든 당 혁신안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안’이었다. ‘이걸 받으면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박 전 대표가 ‘글자 한 자도 안 고치고’ 받아들였다”며 아쉬워했다.

혁신위는 계파별 지역별 선수별로 구성됐지만 결과적으로 홍 전 대표를 포함한 혁신위원 18명 중 15명이 2007년 대선 경선 국면에서 대부분 친이(친이명박)로 기울었다. 혁신위 멤버였던 홍 전 대표와 이방호 임태희 전재희 이병석 이명규 이재웅 김영주 정문헌 홍문표 의원, 원외였던 권영진 임동규 의원, 진선수 당 인재영입위원이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사람은 원외였던 김선동 의원뿐이었다. 윤건영 박형준 의원은 박 전 대표와 가까웠으나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나경원 권영세 의원은 중립을 표방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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