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위안부를 포함한 조직적 강간과 성노예는 전쟁범죄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문제의 종식을 위해 전 회원국이 노력해 주십시오.”
신동익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66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이처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여성 지위 향상’이라는 의제를 토의하는 자리에서였다.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가 아닌 유엔총회 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것은 1997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에 일본 대표는 “위안부 문제가 위안부 여성의 존엄성에 큰 모욕이었음을 인정하고 모든 위안부 여성에 대한 진지한 사죄와 참회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이후 (한일) 양자협정에 의해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며, 일본 정부는 ‘아시아 여성기금’을 설립해 최대한의 보상을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신 차석대사는 다시 발언권을 얻어 “군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는 반인도주의적 범죄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책임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문제가 과거의 양자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인한 유엔 보고서도 인용하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제안한 양자협의에 성실히 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이번 문제 제기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라 이뤄지는 외교적 대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외교통상부에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8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내놓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TF 자문단에 참여한 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일본을 양자협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전면 파기할 수도 있다는 강한 태도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한일협정을 무효화하고 무상으로 받았던 3억 달러를 돌려주면 된다”며 “일본이 2009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물가상승률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99엔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지급한 전례에 따르면 부담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국제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일본의 영향력이 센 다른 국제재판소와 달리 PCA는 재판관 선정부터 당사국들이 하나씩 합의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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