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인자 김정은, 외국정상과 사진 찍을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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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분야서도 `후계자 수업'…공개 찬양·우상화도 속도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삼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이 최근 권력의 2인자로서 위상을 확실히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 주목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28일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식 등장해 김정일의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오는 28일이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지 1년이 된다.

공식 등장 1년을 앞둔 김정은은 최근 군사 이외의 분야로 활동폭을 넓히고 있고, 북한 당국은 주민을 대상으로 그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한층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대장복'이란 은유적 표현과 `발걸음'이란 찬양곡 등으로 김정은을 간접적으로 찬양하면서 그의 이름이나 활동상을 직접 거론하기를 꺼리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달라진 스탠스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방북 중이던 촘말리 사야손 라오스 대통령과 지난 23일 정상회담을 했을 때 배석했다.

지난해 10월 김정일이 방북한 중국 고위군사대표단을 면담했을 때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참석했다고 전한 바 있으나 정상회담 배석 사실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일이 자신의 위상 저하 등을 우려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외교 분야에서도 김정은을 위한 `후계자 수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뒷받침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정상회담 이틀 뒤인 25일 김정은이 김정일, 촘말리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사진을 내보냈다.

이 사진은 촘말리 대통령을 중앙에 두고 김 위원장이 왼쪽에, 김정은이 오른쪽에 나란히 앉은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황태자' 김정은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김정은은 이미 군부에는 탄탄한 장악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군부대 개편과 작전지시 등 실질적인 군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사실을 주민에게 널리 알리고 이들의 충성을 끌어내는 데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최근 제17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취재하려고 평양을 다녀온 자사 기자를 인용해 "사람들이 김정은 부위원장의 찬양으로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최근 두드러진 현상으로, 김정은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김정일이 건재하는 상황에서 후계자 문제에 관해 언급하는 데는 극히 조심스러워하던 북한 주민들의 태도가 바뀌었거나 최소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김일성 가계 우상화 차원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에 이어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의 교과서 발간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장면을 보도할 때도 김정은을 중심으로 촬영, 그가 단독으로 현지지도처럼 보이게 하려는 경우도 있다는 게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호명서열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북한정권 창건 63주년열병식에서 김정은을 김정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세번째로 소개했다.

작년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김영남, 최영림 내각총리, 리영호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어 5번째였던 김정은의 공식 서열이 1년 만에 정권 전체에서 3위까지로 오른 셈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군사 이외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 체제가 여전히 김정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후계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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