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마지막 청춘콘서트서 “대선 생각해본 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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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나면 여론 바뀔 것”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 후에도 안철수 바람, 즉 안풍(安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오히려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자 정치적 위상이 급상승하며 일약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의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아직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하지도 않은 안 원장이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자 한편에서는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안 원장을 이제는 예비 정치인으로서도 바라보고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안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일 아니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다가 최종적으로 불출마를 밝힌 닷새 동안 안 원장이 보인 정치적 발언과 행보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으로서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출마를 포기한 데 대해서 ‘아름다운 양보’라는 감동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반대쪽에선 바로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쪽에선 불출마를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자기희생’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쪽에선 “서울시장 출마설로 여론을 엿본 후 자신감이 생기자 바로 대권을 겨냥하는 기성 정치인 뺨치는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에 대한 안 원장의 속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안 원장은 2일 “대통령이라면 한 사람이 크게 많이 바꿀 수 있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시장도 국회의원과 달리 바꿀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보다는 서울시장 출마에 무게를 둔 것처럼 들렸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대통령 자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는 뜻도 내비친 것이다.

그는 9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마지막 청춘콘서트에서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로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데 대해서도 “관심 없다. 추석이 지나면 (여론조사 추이가)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원장은 그동안 많은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알게 모르게 ‘말실수’도 많았다. 한나라당을 ‘응징의 대상’으로 묘사했다가 다시 이를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로부터 “정파성을 드러냈다. 안철수 열풍이 긍정이 아닌 부정적인 힘과 분노의 에너지 아니냐”는 역공을 받았다.

자신이 서울시장으로서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변호사밖에 안 해본 사람’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정작 자신은 변호사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이런 안 원장에 대해 정치에 대한 의지와 자질은 갖췄지만 ‘아마추어’ 같다는 유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를 신선함으로 보든, 불안함으로 보든 그것은 국민, 유권자의 몫이란 얘기다.

○ 공익 추구하는 사회개혁가

안 원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가이면서도 공익과 사회적 변혁에 관심을 보였다. 안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로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백신을 개발하는 일에 매달렸다. 백신을 무료로 공급한 것도 사회적 기여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벤처 사업가로서도 기업의 이윤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강조했다.

이 정부 들어서도 2008년 5월부터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차관급)으로 지금까지 3년 4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정부 정책기조 수립에 깊숙이 참여해 왔다. 정부가 동반성장, 공정사회, 공생발전의 국정기조를 만드는 데도 안 원장은 큰 역할을 했다. 올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6번이나 언급하며 ‘대기업의 변화’를 촉구한 것은 안 원장의 문제제기에 대한 화답이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 원장은 전국을 돌면서 ‘청춘콘서트’라는 형식으로 젊은이들을 만나 왔다. 자신이 살아온 얘기에서부터 미래와 진로 등 젊은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안 원장은 9일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내 일이다. 청년들이 용기를 가지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대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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