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 정치권 요동]‘安바이러스’에 덜컥… 백신 못찾는 한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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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업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이 한나라당에 치명적 바이러스로 돌변했다.”(한나라당 핵심 관계자)

안 원장이 한나라당을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으로 규정하자 한나라당은 황급히 처방전 마련에 들어갔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는 뾰족한 대책 없는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끝났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안철수 바람’이다 뭐다 이럴 때 우리 당이 정책으로 임하는 모습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안철수 현상을 ‘구태를 벗어버리고 변화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환골탈태론을 펼쳤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제가 지난해 당직(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안 원장을 ‘십고초려’하려 했다. 그의 삶이 보수정당의 미래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에선 안 원장이 야권 성향을 명확히 한 것에 대해 “드디어 커밍아웃을 했다”면서 우려와 비난이 동시에 나왔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한 개인이 논한다는 건 오만한 얘기다. 한 인간이 이렇게 망가진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멘토가 아니다’라고 내치는 모습은 오히려 정치에 미숙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커밍아웃’이 한나라당에 주는 정치적 득실 면에선 ‘호재’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지지층이면서도 정파성이 없는 새로운 인물을 찾기 위해 안 원장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안 원장의 야당 편향적 발언을 보고 등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안 원장의 높은 지지도는 기존 정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 덕분이었지만 섣불리 표출된 그의 정파성 때문에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 중인 나 최고위원은 일단 추석 때까지는 ‘안철수 변수’의 상황을 지켜보며 거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대표는 안 원장의 지지도는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보고 선거의 구도가 짜여진 뒤 승리를 위한 ‘히든카드’를 제시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지금 안 원장의 지지율은) 인기투표 정도로 봐줘야 한다”고 평가절하하며 “선거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면밀히 봐야 될 것이고, 정책은 이제 후보가 결정되면 정리해야 할 것”이라며 관망론을 펼쳤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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