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계파정당’ 실상 그대로 드러낸 당직 인선… 분노의 나경원 “원래 그런 당”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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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마무리된 한나라당 주요 당직 인사는 ‘계파 정당’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권을 잡은 홍준표 대표가 강력하게 천거한 김정권 사무총장이 12일 진통 끝에 임명된 데 이어 이날 후속 당직인선에선 나머지 계파들이 핵심 당직 3자리를 하나씩 나눠 가졌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민 이혜훈 의원이 제1사무부총장에, 친이(친이명박)계의 이춘식 의원이 제2사무부총장에, ‘쇄신파’의 정두언 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에 내정된 것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중반까지만 해도 ‘최경환 여의도연구소장과 친박계 초재선 1사무부총장’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이는 홍 대표가 전날 전당대회 2위인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조율해 회의에 가지고 들어간 인선안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두 자리 모두를 친박계가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며 협공을 펼쳤다. 전대 때 계파의 지지를 받지 못한 나경원 최고위원은 “당직인선을 친박 몫 몇 자리, 친이 몫 몇 자리로 나누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유 최고위원은 기존 카드를 완강하게 고수했다.

그 사이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실력가”라며 1부총장 후보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특임장관과 두루 친분이 있는 이춘식 의원 카드를 내밀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정두언 의원을 제시했다. 이에 나 최고위원이 “다들 계파들 챙겨먹기 식으로 가는 게 아니냐”고 반발하면서 회의가 장기화됐다. 나 최고위원은 1부총장에 김성태 박보환 의원을 내세웠고 여의도연구소장엔 이종구 심재철 의원을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은 “나 최고위원도 자기 사람 챙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격렬한 공방이 이어진 뒤 유 최고위원은 여의도연구소장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에 1부총장에 이혜훈 의원을 못 박았다. 1부총장에 이춘식 의원을 주장했던 원 최고위원은 적극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2부총장’을 챙기는 쪽으로 물러섰다. 여의도연구소장에는 남 최고위원이 주장했던 정 의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나 최고위원이 반대하자 “에이∼ 당을 위해 협조해야지”라는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가 이 안을 놓고 최고위원 각자의 의견을 돌아가며 물어봤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원내 지도부 선거 때 자신들을 밀었던 남 최고위원의 안에 동조했고 최종 의결 절차에 들어갔다. 나 최고위원은 눈물을 흘린 듯 눈이 충혈된 채 “우리 당이 원래 그렇잖아. 계파 나눠먹기 하는…”이라는 말을 남기고 당사를 떠났다. 그는 트위터에 “저는 저를 도왔든 안 도왔든 계파색이 엷은 사람들을 추천했지만, 홍준표 대표가 측근 인사를 한다고 비판했던 최고위원마저 자신의 측근을 추천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남 최고위원은 “오늘 내정된 인사들은 2007년 대선 경선 각 캠프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라며 “향후 공천 과정에서 어느 세력도 독주하지 못하도록 한 ‘세력균형 인사’였다”라고 주장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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