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손학규 회담]등록금 해법 등 팽팽했던 2시간5분… 가계부채는 10초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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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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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청와대에서 우거지 해장국으로 조찬을 겸한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회담은 2시간 5분 동안 이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청와대에서 우거지 해장국으로 조찬을 겸한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회담은 2시간 5분 동안 이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담은 2시간 5분간 진행됐지만 네 차례 진행된 사전 실무협의의 틀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2년 9개월 만에 성사된 회담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는 사안에 따라 팽팽히 맞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양보 및 타협으로 꼬인 정국을 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확인한 셈이 됐다.

○ 2시간의 기 싸움

이 대통령은 우거지해장국이 차려진 회담에서 “(태풍 피해 걱정으로) 잠도 잘 못 잤다.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관이 사망한 게 안타깝다”는 말로 대화를 풀어갔다. 손 대표는 “이번 태풍 이름이 ‘메아리’인데 오늘 회담이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안 됐으면 좋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손 대표는 단단히 준비한 듯 두툼한 자료뭉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신의 주장을 상세히 개진했다. 등록금 문제는 오래 거론됐지만 사전 합의된 가계부채 문제는 ‘10초 정도만’ 언급됐다고 한다. 손 대표는 회담 막바지에 이르자 따로 준비해간 KBS 수신료, 남북 정상회담 재추진 등 몇몇 사안을 제기했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사안은 자료 형태로 대통령에게 건넸다.

시종 긴장감 속에 진행된 회담에선 ‘껄끄러운 발언’도 오갔다.

손 대표는 “오로지 국민만 보고 국정을 운영해 달라. (내년)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임기가 끝나가는 거대 여당은 ‘독(毒)’일 수 있다”고 규정한 뒤 “청와대가 국회에 주문하고 여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치는 안 통한다”는 말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나는 나라가 잘되는 쪽으로 가겠다. 반석 위에 기초를 닦겠다. 정부도 너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야가 너무 표를 계산하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맞받았다. 또 “국회가 (표 계산만 하지 말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 브리핑도 신경전

회담 후 열린 브리핑 횟수만 민주당 두 차례, 청와대 세 차례 등 다섯 차례나 된다. 양측은 당초 “세세한 발언 내용까지는 공개하지 말자”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의 ‘신중 모드’는 오후 들어 바뀌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추가 브리핑에서 양측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것. 그러자 오후 2차 브리핑에서도 말을 아꼈던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이날 오후 4시 반경 “일부 바로잡을 내용이 있다”며 세 번째 브리핑을 자청했다.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내용을 (민주당이) 내놓은 것은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입을 연 김 수석은 저축은행 사건과 일자리 대책, 대학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 이 대변인이 전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수정했다.

실제 이 대변인은 자신의 메모를 토대로 비정규직 문제 해법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동일 장소, 동일 노동에 대해서는 ‘같은 대우’를 하겠다”로 발표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임금 차이를 대폭 줄이도록, 이를 강하게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대변인이 전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전 정권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김 수석은 “대통령께서 이를 ‘오랜 문제’라고 하다가 과거 정권 탓을 하는 듯이 보이니까 ‘전 정권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불법 예금 인출에 대한 검찰 수사 대목에서도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데,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1조 원이 나갔는데 81억 원이 나갔다는 것은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이 대통령이 “나도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완벽히 조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발언했다고 수정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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