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4년전엔 반대했다

  • Array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외국선 동네약국 없어 슈퍼 판매” MB 대선후보 시절 발언 약사회서 홍보 활용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11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전국약사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다음TV팟 화면 캡처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11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전국약사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다음TV팟 화면 캡처
박카스(자양강장제) 훼스탈(소화제) 등 일반의약품(OTC)의 슈퍼 판매 허용 문제를 놓고 정부가 난처한 상황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약사대회에 참석해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대한약사회 홈페이지에 수록된 당시 동영상 파일에는 “사소한 약품이라도 외국에는 동네 약국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 슈퍼에서 팝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는 동네 약국이 많기 때문에 굳이 슈퍼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약사회 측이 이를 홍보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회창 자유선진당 후보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영상물은 보건복지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일반의약품 1만7000종 가운데 해열진통제, 파스 등 20개 이하 품목은 슈퍼마켓과 24시간 편의점 판매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정부 발표엔 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의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8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앞서 당정청 협의를 진행할 때 여야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약속했던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7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포함해 최근 참모진 회의 등에서 “(일반의약품 문제는) 국민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하는 모습이 참 답답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처) 사무관들이 만든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는 후문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격노한 것은 아니며 평소 지론을 밝힌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슈퍼 판매 가능 품목을 좀 더 늘리라는 취지의 의중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청와대는 일반의약품 정책을 둘러싼 여론이 2개 전선에서 동시에 나빠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만1000개에 이르는 약국에 소속된 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상에서 “정부 여당이 약사 이기주의에 휘둘려서 국민 전체의 편익을 망각했다”는 비판도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약사의 반발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지만 인터넷상의 대통령 비판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재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의약품 가운데 가정상비약의 경우 약국 이외에서도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는 가정상비약은 슈퍼 판매를 우선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