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총련계 조선학교, 교과서 수정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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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KAL機 폭파는 날조”→ “사건 일어났다” ② “日이 납치문제 극대화”→ 삭제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과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일본 내 총련계 조선학교의 교과서가 수정됐다. 왜곡교과서로 일본 정부의 보조금이 끊길 위험에 처하자 조선학교가 문제의 표현을 고친 것.

2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조선고급학교(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인 ‘현대 조선역사’에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은 남조선 당국이 날조했다”는 부분이 “(폭파사건이) 일어났다”로 수정됐다. 또 “일본 당국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극대화해… 반북 소동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표현은 삭제됐다.

일본의 전국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조선학교가 학생들에게 사실을 왜곡하고 반일(反日) 교육을 하고 있다”며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특히 수도권인 가나가와(神奈川) 현은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면 현내 5개 학교에 지급되고 있는 약 6300만 엔(약 8억4000만 원)의 연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가나가와 현은 조선학교 측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표현을 삭제했지만 납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추가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가나가와 현 조선학교 측은 “북한 측도 납치문제를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의 부교재를 함께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과서 수정과는 별도로 강제 납북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납북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학생들에게 상영하고 감상문을 받기로 했다.

일본 조선고급학교 교장들의 모임인 전국조선고급학교장회의 신길웅 회장은 “일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표현을 검토한 뒤 삭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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