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D-12]문재인, 속세 정치로 성큼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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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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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야권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다. 결렬 위기에 내몰린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중재에 나서 여야 간 1대1 대결구도를 만들어낸 데 이어 이번엔 야권후보의 승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문 전 실장은 12일 김해을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전화를 걸어 지원을 부탁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며 흔쾌히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민주당과 참여당으로 갈린 친노(노무현) 진영이 결집하지 않고서는 후보단일화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 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 전 실장의 최근 행보는 ‘신부님이 속세로 나온 것’(민주당 백원우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선 부산시장 후보로, 이번 재·보선에선 김해을 후보로 거론됐지만 완강히 고사했었다. 민주당에선 그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도 주목하고 있다. 한 친박(박근혜)계 핵심 인사는 14일 “순전히 가정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문 전 실장이 야권 후보로 나선다면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유심히 보고 있는 유일한 야권 인사”라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1982년 사법연수원(사법시험 22회)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쉽지 않자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했다. 이때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도 인권변호사로 일하며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동의대 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을 변론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민정수석비서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5년 내내 곁을 지켰다. 특히 그는 노 전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 소신파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전화 인터뷰.
▼ “단일화가 내 힘? 난 마무리만 했을 뿐” ▼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의 힘’이 확인됐다.

“단일화는 시민사회단체가 99% 한 것이다. 나는 그저 마무리만 한 것이다. 내 역할이 과대평가돼선 안 된다.”

―김해을 선거는 어떻게 전망하나.

“이봉수 후보는 김해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농민운동도 해왔다. 농민의 어려움, 지역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에 비해 한나라당 후보(김태호)는 총리 후보자로서 여러 결격사유가 발견돼 국민에게 많은 실망감을 줬다. 자숙하는 시간을 갖고 재기를 도모해야 했다. 여당 후보에 대한 생각, 야권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이 후보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원 유세에도 나서나.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야권 단일후보 경선 전엔 사실상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는데….

“단일화를 위해 참여당 측의 요구를 수용한 그분(곽진업 후보)의 결단이 고마워 (단일화 수용)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나는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한다.”

―현실 정치로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화 협상 막판에 참여한 것과 현실 정치에 뛰어든 건 별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문 전 실장이 대선에 나오면 어려운 후보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과분한 말씀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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