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김홍경 대표는 12일 “자국 전투기 조종사 훈련용 비행기 교체를 추진해 온 인도네시아 정부가 T-50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지정한다는 공식 서한을 오늘 보내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수출 대수는 16대”라며 “그동안 총판매가격은 4억 달러(약 4400억 원)로 알려졌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 협상은 이르면 1, 2개월 내에 끝날 수 있다”며 “훈련기는 2013년 인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여섯 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된다. 그동안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으로 T-50의 수출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T-50 수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전망된다. KAI에 따르면 T-50 1대 수출은 중형 자동차 1000대 수출과 맞먹는 파급 효과를 낳는다. T-50 16대를 수출하면 약 6억5000만 달러의 생산유발효과가 있고, 7700명에 이르는 신규고용도 기대할 수 있다고 KAI 측은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8월 T-50과 Yak-130(러시아), L-159B(체코)를 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T-50의 가격 경쟁력이 다른 두 기종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T-50은 대당 약 2500만 달러(약 150억 원)로 경쟁 기종보다 20∼30% 가격이 높다. 김 대표는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협력업체들의 협조를 얻어 가격을 조금 (낮게)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러시아 Yak-130이 비행 중 사고가 난 것도 유리한 결과를 얻는 데 영향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Yak-130의 추락사고 이후 인도네시아 실무자들은 “우리 공군에 이런 비행기를 타게 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등 러시아의 핵심 감점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T-50 수출 협상은 올해 2월 방한한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으로 큰 고비를 맞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 점을 걱정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측이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때 경쟁 탈락 가능성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이에 형성한 각별한 친분관계가 사업진행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T-50 수출은 지난해 12월 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유도요노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배석자를 물리치고 30분간 단독회담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때 T-50 수출의 굵직한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올 2월 인도네시아 고위급 경제사절단이 방한했을 때도 경제사절단이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 방문(14일)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면담(15일) 등 T-50 협의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사절단은 수백 쪽 분량의 경제개발계획 초안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국과 함께 경제개발 청사진을 그리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한편 청와대 측과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가 T-50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자국 수송기 CN-235의 한국 구매를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인도네시아 수송기 수입 문제는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T-50은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13년간 2조 원을 들인 끝에 2001년 공동 개발했다. 초음속으로 운항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고등훈련기인 데다 경공격 기능까지 있어 최고급 훈련기로 주목받았다. KAI는 현재 이스라엘, 미국, 폴란드 등을 대상으로 T-50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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