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자전에세이 파문]“盧 前대통령, 기자회견 하고나면 내 코멘트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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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前대통령과 인연
“인텔리 외할머니가 추천, 盧가 먼저 연락”

신정아 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고 자신의 책에서 주장했다. 신 씨는 “노 대통령이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신 씨는 자신의 사건에 큰 배후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으니 노 전 대통령과의 작은 인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서술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대통령이 먼저 보자고 해서 만났다는 것이 신 씨의 설명이다. 만난 날짜와 장소는 적시하지 않고 다만 자신의 외할머니가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똘똘한 손녀딸이 있으니 한 번 지켜봐 달라’고 노 전 대통령에게 한 부탁 때문에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신 씨는 자신의 외할머니에 대해 ‘신여성’으로 불리던 여성 지식인이었다고만 소개했다.

첫 만남에서 나눴던 대화는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했다. 자신이 하는 일과 바깥에서 청와대를 보는 시선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눈 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면서 더 큰일을 하기 위해 한 번 세상에 나서 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한 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신 씨는 그 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하실 때마다 가끔씩 내게 크고 작은 코멘트를 (사후에) 들어보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코멘트를 들어본 대통령은 ‘홍보나 대변인 같은 일을 해도 잘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

노 전 대통령이 별도로 연락해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을 보라고 자신에게 권해 드라마 전편을 구해 봤다는 얘기도 실었다. 신 씨는 “대통령께서 그냥 그 드라마를 보라고 하신 것은 아닌 듯했다.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렇게나마 알아두라고 권하신 것 같았다”고 썼다.

신 씨는 자신이 미술계 밖의 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측근인 의원 한 사람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기술했다. 소개 받은 의원을 만나고 나서 대통령께 인물평을 말했더니 ‘역시 신정아’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적었다.

자신의 사건이 점점 커져 자신이 귀국을 결심했을 때 “노 대통령은 한사코 나의 귀국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래도 어른인 똥아저씨(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가 책임을 지는 쪽이 낫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신 씨는 적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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