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태우고 아랍에미리트(UAE)로 출발한 공군 1호기가 12일 동체 밖으로부터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확인하고 기체 결함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륙 1시간35분 만에 회항했다. 청와대는 공기흡입구 뚜껑(에어 커버)의 고정이 느슨해 진 것을 확인하고 공군 1호기는 100분 만에 재이륙했다.
항공기 안전과 무관한 경미한 사안을 놓고 청와대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 것일지라도 현직 대통령이 탄 항공기의 회항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대통령이 2박4일 일정으로 UAE를 방문하기 위해 탑승한 공군 1호기는 이날 오전 8시 15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했다. 그러나 이륙 25분 뒤 기체 아래쪽에서 뭔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기체가 약간 흔들렸다. 대통령 경호처측은 “(이착륙 때 바퀴를 펴고 접는) 랜딩 기어를 내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다”고 설명했다.
공군 1호기 기장은 “안전과 무관하다”고 판단했지만, 경호처는 항공기 내부에서 자체 회의를 거쳐 인천공항으로의 회항을 결정했다. 이때가 이륙 1시간 35분만인 오전 9시 50분이었다. 최종 결정은 김인종 경호처장이 내렸고, 이 대통령은 경호 책임자의 판단에 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에서 확인한 결과 문제는 이 대통령의 출입구 바로 밑에 위치해 외부 공기를 흡입구의 뚜껑(에어 커버)이 느슨해지면서 비행 중에 난 부딪히는 소리였다.
경호처는 수리를 마친 뒤 오전 11시 반 재차 UAE로 향해 이륙했다. 규정에 따라 회항 때 제트유를 바다에 버린 탓에 재급유도 함께 하면서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경호처측은 설명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출발 하루 전에도 시험비행을 마치는 등 충분한 사전 점검과 비행준비를 마쳤지만 가벼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UAE 도착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도착 후 UAE 특수부대 훈련지원 차 현지에 파견한 한국군 ‘아크(형제라는 의미의 아랍어) 부대’ 방문일정은 미루지 않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날 밤 9시 20분(서울시간)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UAE 방문 기간 아부다비 서쪽 해안의 브라카에서 열리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에너지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
이 대통령의 UAE 방문은 지난 2009년 12월 원전 수주 때에 이어 두 번째다. 아부다비=정용관 기자, 서울=김승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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