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2년 늦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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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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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 2015년 연기 전망

이명박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유연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13년 1월로 예정됐던 도입 시기가 2015년으로 2년가량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 전도사’를 자처하며 강력하게 녹색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온 이 대통령이 무리하게 명분에 집착하는 대신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7일 라디오 연설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적절한 시점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국제 동향과 산업 경쟁력을 감안해 유연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의 기조와는 다소 상반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규제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다. 경제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며 2013년 도입에 무게를 뒀다. 환경부도 지난달까지 “배출권 거래제는 2013년까지 반드시 도입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그린 전도사’ MB, 업계 우려에 ‘실리’ 선택

이에 대해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국내 제조업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며 선진국들도 도입을 미루고 있다”며 일러도 2015년 이후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이 산업계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교통정리’를 함에 따라 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쪽에서는 2015년 이후 도입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관련법 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율 작업을 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기를 2013년 1월에서 2013∼2015년 중으로 바꾸는 방안 △제도 시행 초기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90%에서 95%로 늘리는 방안 △과징금을 시장 평균가격의 5배 이하에서 3배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연기 배경은

배출권 거래제는 이 대통령이 2009년 11월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국가 목표를 발표한 뒤 입법이 추진돼 왔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가격이나 기업별 할당량은 법 제정안에 정하진 않았지만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연간 5조6000억∼14조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기요금도 3∼12%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을 t당 3만 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3조1000억 원(2009년 기준)인 포스코는 배출권 구입에 2조3000억 원을 써야 한다고 계산했다.

산업계는 간접적인 손실도 우려하고 있다. 경쟁국들에 앞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외국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릴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공장을 중국이나 인도로 대거 옮기는 ‘엑소더스’가 가속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미국, 인도, 일본은 최근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연기했거나 아예 도입 계획이 없다.

○ 산업계 반색, 환경단체는 반발

경제단체와 산업계는 7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반겼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와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등 13개 업종별 단체는 마침 이날 국무총리실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2015년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지의 건의문을 제출한 참이었다.

반면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청와대가 산업계의 단기 손익계산 논리에 말려 장기적인 이익을 간과한 것 아니냐”며 녹색성장이 표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최대한 빨리 도입해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장기적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환경부의 주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배출을 미리 적절히 줄여야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편입되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별로 허용량을 정한 뒤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도록 한 제도. 반대로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가격은 정부가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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