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北한류열풍’ 보고서

  • Array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조폭마누라’에 北이 푹 빠졌다

평양에 사는 북한 고위급 간부 부인들은 한국산 샴푸와 린스, 향수로 몸단장을 하고 한국산 압력밥솥과 믹서로 음식을 조리한다. 북한 젊은이들이 ‘가을동화’ ‘올인’ 같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네 박자’를 따라 부르는 것도 일상이 됐다.

남한의 경제력은 2009년 기준으로 북한을 무려 37배 앞선다. 5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0년 북한 주요통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 무역총액은 각각 18배와 202배, 자동차 생산량은 878배의 차이가 났다.
▼ 南과 비교해 본 北경제 수준은 ▼

○ 압력밥솥에서 대중가요까지

현재 북한에선 당국의 엄격한 시장통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샴푸와 린스, 압력밥솥, 믹서, 가스레인지 같은 다양한 생활 및 가전용품이 유통되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산 상표가 버젓이 붙어 있는 이 제품들은 평안남도 평성시 등의 종합도매시장에서 평양의 고위급 간부 부인들을 중심으로 거래된다는 것.

한국산 제품의 가격은 샴푸와 린스가 470g 1통을 기준으로 40∼50위안(6800∼8500원), 비누는 개당 1.5달러(1680원), 목걸이는 200∼500달러, 귀고리는 70∼80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주요 도시와 국경지역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국 영화 붐도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저장된 컴퓨터 메모리칩을 구입해 중국산 MP3플레이어나 노트북 컴퓨터로 시청하고 있다.

메모리칩은 북한 돈으로 원본이 1만 원, 복사본이 5000원, 대여비가 2000원 정도로 북한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월급 2500원에 비하면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중국에 들어오는 한국 영화를 복사해 유통시키는 이들이 늘면서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와 드라마로는 ‘투캅스’ ‘장군의 아들’ ‘사랑이 뭐길래’ 같은 예전 작품에서부터 ‘조폭마누라’ 시리즈, ‘올인’ ‘가을동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 비교적 최신작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 노래도 최근 MP3파일로까지 유통돼 주현미와 송대관의 노래는 물론이고 젊은 가수들의 발라드 곡까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한국 노래를 부르면 부른 사람은 물론이고 들은 사람까지 처벌돼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 北 경제력은 광주시(22조 원) 수준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명목 GNI는 8372억 달러로 북한(224억 달러)의 37.4배였다. 1인당 GNI는 남한이 1만7175달러로 북한(960달러)의 17.9배에 이르렀다. 인구는 남한(4874만7000명)이 북한(2406만2000명)의 2배였다.

무역 총액은 남한이 6866억 달러, 북한이 34억 달러로 201.9배의 격차를 보였다. 남한의 수출과 수입 규모는 3635억 달러와 3231억 달러이며, 북한은 11억 달러와 24억 달러로 각각 330.5배와 134.6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주요 공산품 생산량 중에서는 자동차 분야의 격차가 가장 컸다. 남한이 2009년에 351만3000대를 생산한 반면 북한의 생산량은 4000대에 불과했다. 그해 남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555만3000t으로 북한의 410만8000t보다 1.4배 많았다.

인구 1만 명당 대학생 수는 남한이 630.6명, 북한이 212명으로 2.97배 격차가 났고 교육기관도 남한은 초등학교 5829개, 중학교 5311개, 대학교 1448개인 반면 북한은 소학교 4600개, 중학교 4600개, 대학교 480개에 그쳤다.

다만 북한은 철광석 생산량이 남한보다 10배 많았으며 실제 열차가 다니는지와 상관없이 철도 총연장도 남한보다 1.4배 길었다. 또 북한의 광물 매장량 잠재가치는 7000조 원으로 남한보다 24.1배나 많았다. 특히 북한은 금, 은, 동, 철, 아연 같은 금속류(416조5311억 원)는 물론이고 비금속(3904조1555억 원) 매장량의 잠재가치도 남한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