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새해 인사차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양당 대표는 이날 새해에는 개헌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나라당 안상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새해 인사를 겸한 회동을 갖고 “새해에 개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혀 여권 주류 진영의 개헌 추진 구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안 대표가 이날 비공개 석상에서 먼저 이 대표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 대표가 “개헌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 21세기형 국가구조를 담는 개헌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개헌의 비전과 원칙을 지키면서 구체적인 어젠다 등에 대해서는 참여해서 논의를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안 대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극심한 만큼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 권력구조, 기본권 문제 등 정치 선진화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와 이 대표가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선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헌 논의가 너무 늦지 않았냐는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절대 늦지 않다”며 “여야 간에 합의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논의 자체를 막고 반대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해 개헌 공론화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를)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6월 전에 끝내야 한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되면 되고 안 되면 아예 이 문제는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 관심을 개헌으로 돌려서 국면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국면 전환용 개헌은 일고의 논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선진당 이 대표가 2012년 총선, 대통령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헌을 매개로 여권과 타협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명하는 시각이 있다.
선진당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먼저 물어봐서 (이 대표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해 오던 얘기를 다시 한 것일 뿐이다. 논의가 진전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주류 진영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예산안 파문 이후 꼬였던 여야 관계가 풀리는 국면에서 개헌 논의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여당 대표와 한 야당 대표가 개헌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개헌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현 시점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친박 진영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개헌 논의 시기도 중요하지만 개헌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개헌은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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