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北규탄부분 빼라” 中반대로 안보리성명서 채택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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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성명문구에 유연한 태도… 中끝까지 ‘北감싸기’ 고수
오늘 추가논의… 합의 힘들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일(현지 시간)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안보리는 20일 예정돼 있는 다른 안건의 정례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지만 미국 등 서방국들과 중국 간 의견차가 커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게 유엔 안팎의 관측이다.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 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온 러시아의 요구로 열린 이날 회의는 오전 11시경 시작해 오후 7시 30분까지 총 8시간 30분간 열렸지만 성명 초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과 일본은 물론 대다수 회원국이 한반도 긴장 고조를 촉발시킨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마지막까지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안보리는 러시아와 영국이 제안한 의장성명 초안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였지만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우라늄 농축 등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강력하게 규탄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을) 비난한다’는 표현이나 ‘연평도’라는 섬의 이름이 성명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러시아는 의장성명 문구에 대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중국은 끝까지 ‘북한 감싸기’ 식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고 안보리 관계자들이 전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유감스럽게도 오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며 “이달의 순회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수전 라이스 대사가 앞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주요국 간의 협의를 주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스 대사는 “한반도 위기를 둘러싼 안보리 내 이견이 매우 심각하다”며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남북 안보리 외교전… 박인국 한국대사 “北 연평도발 국제사회 규탄 재확인” ▼
박덕훈 北차석대사 “외교적으로 해결 안되면 軍 나설것”


19일 한반도 긴장 완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과 북한은 안보리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외교전을 벌였다. 박인국 유엔대표부 한국 대사와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이날 오후 6시경 회원국들을 상대로 각각 7분 동안 의견을 개진했다.

박 대사는 연평도 사격훈련의 정당성을 적극 설명했으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 대사는 한국이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물론 대다수 안보리 회원국은 한국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들기에 나서며 한국이 사격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대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안보리 회의에서 아무런 공식적인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을 규탄하고 연평도 사격훈련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관련해 남북한이 모두 군사행동을 자제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이지만 결과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박 대사는 “20일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돼 있으나 이는 혹시 있을지 모를 일부 국가(중국을 의미함)의 훈령을 기다리기 위한 것으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본국의 훈령이 오지 않으면 논의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덕훈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원국에 대한 의견발표 직후 휴식시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보리에서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남측은 남측의 주장을 폈다”며 “외교관들이 할 일은 이제 다했으며 남은 것은 안보리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남측이 먼저 우리 북한 영해에 수십 발의 포탄을 쏜 것 아니냐. 연평도 포격은 자위적 조치였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20일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서는 “우리도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자위적 타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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