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건설업자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공판이 6일 시작됐습니다. 한 전 총리가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지 약 8개월 만입니다.
(구가인 앵커) 이번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건설사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나와 당시 돈을 준비했던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사회부 이서현 기자 전화 연결 하겠습니다.
(박 앵커) 이 기자(네, 서울중앙지법에 나와 있습니다.) 첫 공판에서 어떤 공방이 오갔는지 설명해주시죠.
(이 서현 기자) 네.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첫 공판에는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밑에서 자금을 관리하던 경리부장 정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 씨는 이날 재판에서 당시 한 대표의 지시로 현금과 수표, 달러 등을 인출해 네 차례에 걸쳐 9억 원을 마련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한 대표가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쇠고랑 차지 않게 잘해야 한다'고 지시한 사실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이 작성한 한신건영의 채권회수 목록과 회사 비자금을 관리하던 장부를 근거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정 씨는 돈을 마련한 과정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한번은 가방에 현금을 담는데 가방이 잘 닫히지 않을 정도로 부피가 커서 한 대표가 무릎으로 눌러서 겨우 닫을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구 앵커) 이번사건이 5만 달러 사건의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별건 수사라는 논란도 있었지요. 한 전 총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어떻게 반박했습니까?
(이 기자)네. 한 전 총리는 이번 사건은 지난번 5만 달러 수수 사건의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보복수사라며 자신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국회 회기 중에, 그것도 대낮에 수행비서나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지역구의 도로변에서 돈 가방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법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이나 기소를 겪으면서 검찰 수사 이후 자살한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통감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보복수사이고 그동안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렸다는 한 전 총리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는데요, 법정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곳이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을 삼가라며 신경전을 벌기이도 했습니다.
(박 앵커) 검찰은 5만 달러 뇌물 수수 사건의 무죄 판결로 큰 상처를 입었었죠. 이번 공판은 어떻습니까.
(이 기자)네. '5만 달러 사건' 무죄 판결로 검찰은 이번에는 반드시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해보이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날은 한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넬 때 사용했다는 여행용 캐리어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법정에 직접 가지고 나와 증인에게 확인을 시키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구 앵커) 한 전 총리는 지난 5만 달러 사건 공판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 논란이 됐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조사와 공판 과정에서도 묵비권, 즉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검찰의 신문을 제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검찰이 사법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9억 원 사건'과 관련해서도 부당한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며 검찰의 소환에 불응했습니다.
9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전세금으로 쓴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전 총리의 동생 한모 씨도 검찰 소환에 불응해 검찰이 공판 전 증인 신문을 청구했는데요, 한 씨는 두 차례 법정에 나오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 받았고 법정에 출석해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거부권이 검찰 수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법이란 분석도 나와 한 전 총리측의 도덕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앞으로 남은 공판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이 기자) 검찰은 한 전 총리를 기소한 뒤에 법원에 집중심리를 요청해서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사건'과 항소심에서 병합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7월에 기소된 이후 공판 준비 기일만 세 차례가 열렸고 첫 공판은 약 5개월 만에 시작됐습니다.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은 매일 공판이 열렸지만 이번 재판은 2주에 한 번씩 재판을 진행하고 양 쪽에서 신청하는 증인이 많아 1심 선고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정치인 관련 사건이 시간을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현행 사법제도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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