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北인권 개선’ 외치더니… 인권위 관련 예산 36%나 줄여

  • 동아일보

“北자극 우려” 민주 주장 수용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달 26일 국가인권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북한인권 대책 관련 예산을 원안에서 크게 삭감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중 북한인권 관련 예산안은 당초 3억1300만 원으로 책정됐으나 36% 정도 삭감된 2억 원으로 최종 조정됐다. 이 수정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운영위는 인권위 전체 예산을 정부안보다 2200만 원 증액했으나 북한인권 관련 항목은 대폭 삭감됐다. 운영위는 △인권전문 상담원 운영(1억1500만 원 증액) △인권의식 향상(2300만 원 증액) 등 국내인권 관련 항목은 정부안보다 오히려 증액하거나 일부 항목만 소폭 삭감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북한인권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함에 따라 원점에서 예산심사를 했다고 한다. 결국 원안보다 크게 삭감된 수정안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김무성 운영위원장이 가결시켰다.

북한인권 관련 예산이 2009, 2010년도에 비해 크게 깎인 것을 놓고 그동안 북한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온 한나라당이 정작 예산심사에선 성의 없이 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영위 관계자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자신들의 인권실태에 대한 비판이라고 한다”면서 “그런데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특히 국론통일 등이 강조되는 시점에선 없던 사업도 만들어 시행해야 하는데 여야가 너무 무성의한 심의를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8년도 북한인권 관련 예산은 1억4000만∼1억5000만 원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9년, 2010년엔 각각 3억31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인권위는 북한인권 예산으로 ‘북한 주민인권 실태조사’, ‘북한정치범 수용소, 강제송환, 강제실종 실태조사’ 등을 해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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