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힘받는 감세철회안]박근혜-안상수 “부자감세 안돼” 합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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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도 “연내 매듭” 기류

여권의 감세 논쟁이 급류를 타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일부 감세 철회안을 밝혔기 때문이다. 여권의 감세 논쟁엔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에 맞서며 중도 포지셔닝(positioning)을 선점하려는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와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에도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 한나라당 핵심부서 “소득세 인하 조정” 목소리 잇따라

안 대표와 박 전 대표에 앞서 일부 당 최고위원은 감세 철회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접세 강화를 위해 고소득층 세율을 완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감세 철회를 못해 당이 ‘부자감세’ 소리를 듣는 것은 청와대 참모 등이 과잉충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당 대표와 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까지 감세 논쟁에 뛰어든 만큼 여권 내 감세 논쟁은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박 전 대표와 안 대표가 내놓은 감세정책의 골격은 비슷하다. 법인세는 유지하되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추가 감세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만 소득세 감세 기준과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구간에 대해 추가 감세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1억 원 또는 1억2000만 원 초과’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추가 감세 혜택 대상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의에 비춰볼 때 당분간 여권 내 감세 논의는 소득세 부분에 한정해 ‘정밀 조정’하는 대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세 논란의 핵심은 ‘부자감세’ 프레임 벗기

한나라당 내에서 감세 논의가 불거진 배경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에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에 맞서 ‘한나라당=부자당’이라는 정체성 시비를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야당이 한나라당을 겨냥해 ‘부자옹호당’이라고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당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세 논란을 매듭지을 시기를 놓고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 대표 등은 가급적 올해 안에 문제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이지만 내년 정기국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경제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내년에 상황을 보고 세율을 낮출지 유보할지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세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감세 논란은 22일경 열릴 당 정책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 ‘감세철학 확고’ 다짐 속 소득세엔 유연성


청와대는 15일 ‘세율은 낮추고, 세원(稅源)은 넓힌다’는 감세정책의 대원칙을 반복해 설명했다. 이날 국회 재정위에 출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011년 하반기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답했다. 정치적 인화성이 강한 세금문제를 두고 정부가 굳이 1년 먼저 논쟁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이 같은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와대 핵심부에서는 과거와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세금 문제를 오래 끌 필요가 없다. 분란의 불씨를 1년간 안고 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가능하다면 올 정기국회에서 어떻게든 정리하고 가자는 기류가 강하게 대두됐다”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 내에서 조심스럽게 대두되는 의견은 ‘법인세는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 단 고소득층 소득세는 세율을 낮추는 건 철회하고 대신 최고과세 구간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상향하는 등의 대안을 검토하자’는 것으로 정리된다. 실제로 한 핵심 참모는 “감세정책의 요체는 소득세보다는 법인세 인하에 있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최고위 참모들은 감세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핵심 참모는 “아직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논의하는 과정이다. 1주일 정도 지켜보면 흐름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정책의총을 통해 ‘박근혜안(案)’, ‘안상수안(案)’ 등을 정리해서 ‘단일안’을 가져오면 진지하게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표 주변에서 그동안 흘러나온 ‘소득세 감세 불가’ 원칙이 최근 봉합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사이의 갈등을 재연시키는 불씨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감세정책의 유연성 분위기가 고개를 듦에 따라 “지금의 청와대 기조라면 친이-친박 사이에 감세 이슈를 둘러싼 갈등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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