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北 당 대표자회… 김정은 제대로 못 띄운 탓?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9:1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달 상순에 열린다던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여러 설이 있지만 결국 김정은(사진)의 공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즉 김정은이 아직 20대라 당내 지도급 인사로 추대하기는 이른 데다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이후부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만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지도자로 포장해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각종 ‘김정은 띄우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북한의 열악한 대내외적 형편이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로 만들어낼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첫 번째로 요란스럽게 선전한 것은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진행된 ‘축포야회’였다. 불꽃놀이에 필요한 자재를 중국에서 수백만 달러를 들여 구입하는 등 준비를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심에 역효과를 냈다. 주민들이 “사람들이 굶주리는데 외화를 탕진해 불꽃놀이나 하다니 정말 철이 없다”며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

이어 지난해 4월 말부터 연말까지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이 기간에 간부들은 주민들에게 온갖 가렴주구를 일삼으며 통제를 강화해 원성만 자아냈다. 조작에 능숙한 선전당국조차 성과가 있었음을 입증할 어떠한 경제적 지표도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실패한 주민총동원이었다.

주요기사
여기에 지난해 12월 단행한 화폐개혁은 최악의 민심이탈을 초래했다. 김영일 총리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큰 실패작이었다. 결국 북한 당국은 150일 전투, 100일 전투, 화폐개혁을 김정은과 연결할 수 없었다. 현 단계에서 주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 살리기 리더십’을 선전할 기회를 모두 날린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천안함 공격은 커다란 대외적 고립을 초래했고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월드컵 대표팀 훈련장도 여러 번 찾았다고 한다.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큰 성과를 내면 이를 업적으로 연결하려 했지만 전국에 생중계한 포르투갈전에서 북한 팀이 0-7로 대패하면서 이것도 무위에 그쳤다. 김정은이 지휘한다고 이미 내부적으로 선전했던 평양시 10만 가구 건설도 철거만 해놓고 건설은 자재와 장비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북한이 현 단계에서 김정은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고작 한두 개 공장에서 완성됐다는 컴퓨터수치제어(CNC)화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김정일의 후계승계 때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김정일은 후계자 지명을 받기 전 선전선동부를 맡아 ‘혁명영화’ ‘혁명가극’ 수십 편을 창작했다. 후계자로 지명된 뒤에는 ‘70일 전투’에서 수치상 큰 성과를 이뤄 영웅칭호도 받았으며 주체사상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 구호를 내놓는 등 단기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은 띄우기가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외적 환경을 부드럽게 만들고 개방정책을 실시하는 시늉을 하면 주민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할 여지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하다. 김정일의 8월 방중은 이를 의식한 행보일 수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중간급 직책 맡을 것”
▲2010년 8월3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