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연기]“2012년 한반도정세 불안” 설득중에 천안함 터지자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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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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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브리핑 한미 양국 정상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늦추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26일 오후 캐나다 토론토 하이엇리전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토론토=안철민 기자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브리핑 한미 양국 정상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늦추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26일 오후 캐나다 토론토 하이엇리전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토론토=안철민 기자
《한국과 미국이 27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한미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으로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뒤 3년 4개월 동안 변화된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번 합의가 이뤄진 배경과 의미를 문답(Q&A)으로 짚어본다.》
【1】한미 협상 어떻게 진행됐나
美국방부 주저했지만 국무부-백악관 “늦춰야”


한국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에 대해 ‘암묵적 공감’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5월 2차 북핵실험 등이 계기가 됐지만 본격적인 물밑 협상은 올 2월부터 시작됐다.

한미 양국은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미 국방부에선 예정대로 2012년 4월에 전작권을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외교와 정무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국무부와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는 전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27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직접 다뤘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당초 예정대로 2012년 4월에 한국에 넘겨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건은 전작권 전환 연기 협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천안함 폭침 18일 만인 4월 13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를 계기로 양국은 사실상 ‘연기’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6월 4, 5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게이츠 장관의 회담도 전환 연기에 대한 미 국방부의 반대를 누그러뜨리는 등 협상 진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전환 시기를 2015년 말로 하자는 데 양국이 공동인식을 갖게 된 것은 6월 들어서다”며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않으면 거기에 따른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우리는 가급적 명확히 하고자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조정이 있었다. 발표 전날까지 협의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은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안보 상태와 북한 핵문제 상황을 보고 추후에 결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 측은 최장 2020년까지 전작권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이 미 행정부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면서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잡게 됐다”고 말했다.

토론토=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2】2012년 전환은 왜 무리인가
北‘세습 D데이’ 유력… 한국군 준비도 덜돼

한미가 전작권 전환 시점을 늦춘 근본적인 이유는 당초 예정된 2012년의 한반도 정세가 어느 때보다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권력승계 시기에 발생할지 모를 돌발 상황이 거론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2008년 가을부터 뚜렷이 악화된 가운데 권력의 3대(代) 세습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2012년 4월 15일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채 권력을 넘겨받는 상황에서 급변사태가 빚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모험적 행동을 벌일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선거 등을 통해 권력을 교체하는 시기가 2012년에 몰려 있다는 점도 변수다. 주변국이 정치일정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조율과 대응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도 ‘2012년 불가론’에 무게를 실어줬다.

한국군의 준비가 늦어진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국방부 당국자는 27일 “한미 간 공동평가에서 지난해 말까지 65%가 준비됐다는 평가를 내렸고 예정대로 진행해도 무리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65%’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군의 초기대응 능력을 300개 항목으로 정해놓고 이 기준에 충족되는 항목의 단순비율을 뜻한다. 군 관계자는 “나머지 35% 가운데 예산이 많이 들고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핵심사항이 많다”며 준비 미흡을 시인했다. 이처럼 준비가 늦어진 것은 당초 국방예산 증액분을 너무 높게 잡은 이유도 있다. 2007년 초 한미 양국이 합의한 이후 정부는 국방예산을 ‘7%대 경제성장’을 전제로 매년 9.9% 증액하는 것으로 잡아놓았으나 경제위기의 여파로 올해 국방예산은 3.6% 늘었을 뿐이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3】전환 시점 왜 2015년 12월로 잡았나
高고도정찰기 도입-지상작전司창설 마칠때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확정한 것은 한국군의 군사적인 준비 상황과 주변국의 정치적인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군 당국은 전작권 단독 행사에 필요한 정보획득과 전술지휘통제(C4I)체계, 정밀타격능력을 2015년까지 확보하고 지상작전사령부 창설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 작업도 2015년이면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려면 북한 전역을 독자적으로 정밀하게 감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군은 미군의 KH-11 군사위성과 U-2 고공전략정찰기, RC-135 정찰기, 해상의 이지스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군은 내년에 고고도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2015년으로 늦췄다.

또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휘체계를 가동하려면 한국군과 주한미군, 주일미군, 태평양사령부의 C4I체계가 상호 연동해야 한다. 현재 전작권 전환 작업에서 가장 진척 속도가 느린 것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연결하는 C4I체계 구축 작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방호시설 구축과 장사정포·지하 핵시설 파괴를 위한 정밀타격 전력 확보도 대부분 국방중기계획에 2014년에야 마무리되는 것으로 돼 있다.

육군이 2개의 작전사령부 체제로 전환하는 시기가 2015년인 것도 배경이 됐다. 육군은 2015년까지 1, 3군사령부를 통합한 지상작전사령부를 창설해 현재 대구지역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와 함께 2개의 작전사 체제를 완료할 계획이다. 주한미군기지 이전 일정도 서울 용산기지를 2015년까지, 의정부와 동두천의 미 2사단을 2016년 상반기까지 각각 평택기지로 이전하기로 한미 양국이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4】‘2015년 12월 전환’은 불변인가
靑“재연장 없다” 선 그었지만 北동향이 변수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한미 정상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일단 이것이 파이널(최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계획(2007년 전작권 전환 시점 합의)은 ‘도상(圖上)계획’이었다. 이번에 세운 계획은 (2007년 합의에 따라) 실제 전환 준비를 해오면서 당초 목표했던 계획과 차이가 났던 부분을 다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다시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우리 사이에는 그때(2015년)는 그런 (연기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합의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론 다음 정부에서 할 일이기 때문에 제가 단언할 수 없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아 여지를 남겼다.

실제 ‘현재’ 시점에선 재연장은 없다고 판단하지만 앞으로 5년 뒤의 ‘미래’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사이 한반도에 예기치 못한 안보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예정된 시간표대로 군사적 능력을 확보한다 해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통해 가공할 핵무기를 다량 보유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고 북한 지도부 교체 등과 같은 결정적 급변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전작권의 단독행사에 필요한 우리 군의 군사적 능력 확보가 국방예산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론토=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후속조치는
10월 한미안보協서 구체화… 을지연습 등 새로운 틀 마련


국방부는 2015년 12월 1일로 연기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올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구체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27일 “다음 달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외교장관 회담인 ‘2+2 회담’을 비롯한 기존의 한미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실무작업은 이미 올해 2월 한미 군 당국 사이에 만들어진 준비팀이 맡아서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매년 여름 실시해 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프로그램과 장기 시나리오를 새롭게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지난해부터 한국군이 주도하기로 했던 UFG 연습을 올해는 다시 한미연합사가 주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3년 7개월 늦춰진 새로운 전환 시점에 맞춰 지금까지의 준비과정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군 당국은 그동안 △전구(전쟁구역)작전 지휘체계 △군사협조체계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전구작전 수행체계 구축 등 6대 분야 35개 과제를 정하고 준비작업을 해왔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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