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상임위 부결]鄭총리 “탄탄대로 왜 외면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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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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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위 부결 이모저모
의원 29명 열띤 공방끝에
‘9개월 수정논란’ 일단락
“국민 전반은 수정안 지지”
鄭총리 안타까운 심정 토로

세종시 수정 법안 4건이 22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내정 직후 수정을 거론한 지 9개월,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석 달 만이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며 마지막 시도를 할 방침이지만 의석 판도를 감안하면 이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백년대계를 내걸고 제안했던 세종시 수정 문제가 여야와 지역 간 반목과 대립, 여권 내부의 계파 분란이라는 생채기를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 14분 만에 끝난 표결

국토위는 오후 2시 6분부터 2시간 반 동안 수정안 찬반토론을 벌인 뒤 세종시 수정 관련 4개 법안에 대한 기립투표를 부쳐 부결 처리했다. 오후 4시 40분부터 투표 절차에 들어가 부결되기까지 1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정안 모법에 대한 찬성을 묻자 친이계 장광근 김기현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히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이한성, 최구식 의원이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며칠 밤을 못 자고 고민했다. 고심 끝에 수도 분할은 안 된다는 생각에서 수정안에 찬성했다”고 말했고, 최 의원은 “수정안이 옳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표 순서가 되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이에 앞서 벌어진 찬반토론에는 위원 31명 가운데 송 위원장과 최구식 의원을 제외한 29명이 발언에 나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특히 친이계와 친박계는 첨예하게 대치했다. 친이계 전여옥 의원은 “여기 모든 의원은 부끄러움과 반성으로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고, 백성운 의원은 “수정법안이 부결된다면 기업이 원하는 원형지 개발과 세제 혜택은 줄 수 없으며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 선정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기업 인센티브는 당초 (원안에) 다 돼 있던 것인데 수정안이 안 되면 (인센티브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경시하고 국회를 무시한 대통령이 심판받는 날”이라고 말했다.

표결이 끝나고 산회가 선언되자 야당 의원들은 환한 표정으로 축하 인사를 나눴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바로 자리를 떴다.

○ 긴박했던 여야 지도부

각 당은 아침 일찍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나라당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정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친이계가 상임위에서 부결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기로 했다. 세종시 문제에 사활을 건 자유선진당도 ‘상임위 부결→수정안 폐기’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편 정운찬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심정”이라며 “미래로 가는 탄탄대로를 외면하고 왜 굳이 과거의 길로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 전체로 볼 때 청와대, 총리실, 내각을 갈라놓는 원안보다는 좋은 기업이 많이 들어와 주민이 살기 좋아지는 수정안을 더 많이 지지한다”며 “본회의에서 전체 국회의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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