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연대 한상렬 목사 정부허가 없이 방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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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6·15선언 10돌 기념식 참석… 정부 “법에 따라 처리”
北, ‘천안함’ 남북경색 겨냥… ‘남남갈등 조성’ 정치적 시위

재야 운동권 인사인 한상렬 목사(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가 평양에서 열리는 6·15공동선언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당국의 허가 없이 불법 방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남조선 통일인사 한상렬 목사가 평양에 도착해 안경호 위원장을 비롯한 6·15공동선언 북측 위원회 성원들이 비행장에서 그를 동포애의 정으로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한 목사는 북한 도착 후 “역사적 6·15선언 채택은 북남대결을 끝내고 평화시대를 연 사변으로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평양에 왔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남북 공동행사를 막은 남한 당국을 비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 불법 방북에 사법처리 불가피

이번 사건은 1989년 재야인사들의 잇단 불법 방북 사건을 연상시킨다. 문익환 목사, 문규현 신부, 임수경 씨 등의 방북은 남북한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현행법을 위반해 북한 대남 담당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정치적 시위’의 성격이 강했다. 한 목사의 불법 방북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당국 및 민간 차원의 남북관계가 거의 단절된 상황에서 6·15공동선언 10주년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겹친 가운데 일어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의 남남갈등을 조성하고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 진보 진영 재야인사들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1989년 불법 방북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5∼7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처럼 한 목사에 대한 사법처리도 불가피해 보인다. 통일부는 13일 “그의 방북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귀국하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도 “현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 목사와 북한 당국의 관련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한 목사 누구인가

한 목사는 부인 이강실 목사와 함께 1986년 ‘한몸평화통일공동체’를 기치로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에 고백교회를 설립해 담임목사를 맡았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처음 방북했고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지도위원으로 일하던 2001년 새로 출범한 ‘6·15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공동대표와 상임대표를 맡았다.

통일연대는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을 주장한 단체로 2004년 9월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 요구 등 반미 시위를 주도했다. 한 목사는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 방미투쟁단장을 맡았으며 2007년 통일연대의 뒤를 이어 출범한 한국진보연대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2008년 8월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관련해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3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는 이 단체 상임고문을 맡아왔다. 한국진보연대의 대표는 한 목사의 부인인 이 목사가 맡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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