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적쇄신 시간 갖고 꼼꼼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 7·28 재보선후 靑개편-개각

“MB, 깜짝인사 않는 스타일
전대 등과 연동도 불가피”
“靑 참모들이 쇄신 거부하나”
당 일각선 비판 목소리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6일 7·28 재·보궐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청와대 개편이나 개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6·2지방선거 후 불거진 이른바 ‘인적쇄신론’이 고비를 맞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사의 표명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한 것이지 당장 이를 계기로 청와대 개편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무슨 일이 있다고 금방 사람을 바꾸거나 국면 전환용 깜짝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일관된 인사 철학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당장 내각에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고 이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한나라당 새 지도부 선출과 7·28 재·보선 등 정치일정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당장 문책인사를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까지는 봐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당의 새 지도부 구성 등과 청와대 개편이) 다 연결돼 있으므로 청와대만 따로 먼저 인사를 할 성격의 일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적쇄신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왜 이렇게 참담하게 나왔는지에 대한 분석과 함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지,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할 필요가 있는지, 바꾼다면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것인지를 총체적으로 고심 중인 상황이며 아직 답을 구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3일 정운찬 국무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흔들리지 말고 국정에 매진하라”고 당부한 것이나 정정길 실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분명한 답을 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이날 비공식 회의 및 오찬회동 등을 통해 민주당의 내각 총사퇴 및 한나라당 일각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대응 기조를 조율한 뒤 “겸허한 마음으로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고 뭐가 부족했는지 보겠지만 우왕좌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진정성’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히려 일각에선 청와대 참모진이 인적쇄신론에 대한 방어벽 구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핵심 참모가 설명한 인적쇄신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을 전해 들은 친이(친이명박)계 정태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청와대의 참모가 문제”라며 “선거 패배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당에 있지만 이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것도 큰 문제 아니냐”며 청와대 참모들을 겨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적쇄신을 거부한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인적쇄신이라는 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여러 가지 정치일정과 연동돼 있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