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D-2]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정부 결정 사항인데…

  • Array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 교육감후보들 권한 넘는 공약 남발
무상급식도 시도의회 의결 거쳐야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법개정 필요
전문가들 “空約에 현혹돼선 안돼”


2일 치러지는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는 모두 74명. 이들이 내놓은 공약만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후보들은 저마다 장밋빛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투표에 앞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교육감의 권한을 넘어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 적지 않다. 진보성향 후보들이 주장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공약이 대표적이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정부가 교육감에 위임한 사무이기 때문에 폐지 또한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다. 또 정보공개법 개정에 따라 각 학교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시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교육감이 각 학교에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 된다.

일부 후보가 내놓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약도 교육감의 권한을 넘는다. 교육감이 조례안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제정은 시도 의회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독 예방 치유법 제정’ 등도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다.

교육감 선거를 넘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무상급식 실시’도 교육감 혼자 해내기 어렵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먼저 시도 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의회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을 예산심의에서 부결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시도의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무상급식의 향방이 결정된다.

또 시도지사나 기초자치단체장의 협조도 무상급식 시행의 선행조건이다. 교육청 예산만으로는 사실상 무상급식 도입이 어려워 시도 또는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부 진보성향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공약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이 공약을 주장하는 후보들은 중학교가 무상교육이기 때문에 학교운영지원비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꾸준히 주장해 온 논리와 같다.

학교운영지원비는 강제로 징수하지는 않지만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자율적으로 걷고 있다. 정부는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를 2012년에 폐지한다는 계획하에 부족한 학교 예산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학교운영지원비 폐지는 관련법의 개정과 함께 정부예산 추가 투입 계획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교육감이 당장 실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일부 보수성향 후보가 내놓은 ‘고교평준화의 단계적 해소’ 공약도 실현되기 어렵다. 고교평준화 지역의 학생 선발은 초중등교육법에서 명시한 대로 추첨방식이어야 한다. 대통령령에 따라 이미 평준화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후기 일반계고의 학생선발권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학군 조정’은 교육감 권한으로 가능한 공약이다.

많은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학급당 인원수 감축은 현장 여건상 실현이 의문스럽다. 서울지역 후보들은 학급당 정원을 20∼3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천구 강남구 등의 고교 학급당 인원수가 약 40명인 상황에서 20명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교실을 두 배로 늘리고 교사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교육비리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교사 퇴출 공약들도 지나친 경우가 많다. 일부 후보는 교원 5%, 10%를 퇴출시키겠다는 식으로 비율을 정해놓기도 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전체 교원은 7만여 명으로 이 중 10%는 7000여 명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비리로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고 교단을 떠난 교원은 56명에 불과했다.

이미 정부나 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새로운 것처럼 포장한 공약도 있다. 서울지역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비리교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대표적으로 이미 서울시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또 후보 대부분이 채택한 ‘교장공모제 50% 이상 확대’ 공약도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이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 제로화’,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구호 수준에 그친 공약도 많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