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검찰-경찰 개혁 큰 과제” 공개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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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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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폭행… ‘스폰서’ 큰 문제 아니라는 생각 잘못”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시스템 개선 시급’ 고강도 발언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많았다”며 “검찰과 경찰 개혁도 큰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사회 구석구석에 많은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관습화되고 관례화되는 게 가장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성범죄를 잡는다는 경찰이 (오히려) 성폭행에 가담하는 일이 나오고, 물론 (일부의) 예외이긴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믿어야 할 경찰을 믿지 못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또 “검찰 스폰서 문제도 그렇다. (이 사건에) 해당되는 검사들이 자성하고 통탄하고 있겠지만 일부는 속으로 ‘내가 이권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개인 친분으로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검찰 경찰이 국민 신뢰를 받을 만한 확고한 자세를 확립하고, 시스템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도 “작년에 경제위기 속에서 파업하고 노동쟁의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었다”며 “나는 외국 정상들에게 ‘노동부문이 선진화되고 있다’고 변명을 한다. 외국에 대고 국내 문제를 흉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노사 개혁도 중요 과제 중 하나다. 노동법 개혁을 통해 선진국형 노사문화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 시대를 맞고 있다. 이 시장의 특성상 또 한 번 고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관료들이 과거의 틀에 갇혀 있음을 지적하고 발상의 전환을 할 것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과거와 비슷한 의견을 얘기할 거면 회의를 할 필요도 없다’고까지 말했다”며 “오랜만에 국무위원들을 향해 ‘죽비’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국무위원과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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