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軍 전력증강 재조정 배경盧정부 육군 기갑전력 증강… “北특수병력 대비 더 절실”공군 공중급유기 도입 요구… “日, 독도도발때나 필요” 지적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전력증강 계획을 재조정하기로 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방향대로 군의 전력증강이 진행돼 왔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 전력증강은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보다는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내걸고 미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했다. 특히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국군의 전력증강 계획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군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 돈이 많이 드는 해·공군 전력증강이 불가피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국지도발 대응, 연안 방어전력 보강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20일 “현재 한국군의 전력증강은 ‘위협’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능력’에 기초해 이뤄지고 있다”며 “시급한 위협에 대비한 전력증강이 아닌 한국군의 잠재적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장기적 관점의 한국군 능력 향상보다는 위협에 대비한 전력증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해군은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 결과 올해 2월 유사시 세계 어디서나 신속하고 완벽한 작전수행이 가능하도록 꾸려진 해군 최초의 기동전단 제7기동전단을 창설했다. 해군에서는 한때 전력증강 방향과 관련해 ‘수상함 위주’와 ‘잠수함 위주’로 의견이 갈리다가 결국 수상함 위주의 전력증강을 선택했다. 하지만 북한은 잠수함 위주로 전력을 증강했다. 이 때문에 북한 잠수함은 한국군에 ‘비대칭 위협’이 되고 있다.
육군은 기갑전력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2개의 기동군단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와 군 안팎에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육군에 필요한 것은 기갑전력 증강이 아니라 10만 명에 달하는 북한의 특수병력에 대비한 특수전력을 증강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공군은 공중급유기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공중급유기는 일본의 영유권 도발에 맞서 독도 상공을 비행할 때나 필요한 것”이라며 “공중급유기 도입은 일본의 침략이라는 ‘잠재적 위협’에 기초한 대표적 전력증강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1990년대 이후 사실상 주적(主敵)이던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전력증강의 방향과 내용을 바꿨다. 소련과 대결할 당시에는 ‘위협’에 대비하는 전력을 증강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소련 붕괴 이후엔 ‘능력’에 기초한 군사혁신을 추진했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군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은 다시 국제테러라는 현존하는 위협을 중시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에 초점을 맞춰 기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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