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인양]‘함미 이동’ 국방부-합참은 정말 알고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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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단장이 독단 결정?
“실행 옮긴후 사후 보고 합참의장도 TV보고 알아”

감감했던 국방부
3시반 “작업난항” 브리핑… 30분후 함미 이동 시작

뒤늦은 해명 나섰지만

의혹일자 “브리핑 후 알아”… “3시27분 보고”도 석연찮아


해군이 12일 천안함의 함미 부분을 최초 침몰 위치에서 수심이 얕은 곳으로 4.6km 전격 이동시킨 것을 두고 군 내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거쳐 진행됐다는 국방부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군의 함미 이동 결정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배제됐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13일 함미를 이동시키는 것을 국방부와 합참이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해군 교육사령관인 김정두 탐색구조본부 단장(중장)이 12일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결정해 실행에 옮긴 뒤 ‘사후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함미 이동 사실을 합참이나 국방부는 사전에 몰랐던 것 같다”며 “합참의장도 모르고 있다가 TV를 보고 놀라 통제실로 뛰어 내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함미 이동에 대한 합참의장의 승인은 TV 보도 이후 이뤄졌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12일) 오후 4시쯤 이 의장이 지하 통제실로 내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V에 함미 이동과 관련해 자막뉴스가 처음 나간 시간은 12일 오후 3시 40분경이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이 의장은 3시 40분 이후에 보고를 받은 것이 된다.

함미 이동 사실을 합참이나 국방부가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은 당시 브리핑 내용과 언론 보도에 대한 국방부와 합참의 반응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12일 오후 3시부터 3시 반까지 브리핑을 하면서 함미 이동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함미에 연결한 체인도 1개뿐이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 시간 백령도 인근 함미 침몰 해역에서는 이미 두 번째 체인이 연결됐고, 브리핑이 끝난 지 30분 만에 함미를 옮기기 시작했다. 국방부 대변인실도 함미 이동 사실에 대한 기자들의 빗발치는 확인 요청에 내용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군 일각에서는 함미 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함미를 이동하지 않고도 최초 지점에서 충분히 인양이 가능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13일 브리핑에서 정상적인 보고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기식 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함미 이동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TV에 이동 장면이 나온 뒤에야 공개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 당시에는 미처 (이동 계획을) 인지하지 못했고 브리핑이 끝난 뒤 사무실에 가서 이러한 사항이 있는 것을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이 처장은 “탐색구조단장이 당일 오후 1시 32분 해군작전사령관에게 함미 이동에 대해 보고했고, 구조단장은 오후 1시 45분경부터 독도함에 있던 실종자 가족 3명에게 이동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면서 “가족협의회가 오후 3시 구조단장에게 함미 이동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탐색구조단장이 합참의장에게 오후 3시 27분에 유선으로 (함미 이동) 보고를 했으며, 국방장관에게는 오후 3시 반에 보고해 승인을 얻어 오후 4시 5분부터 이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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