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22일 세종시 의총” vs 친박 “당론돼도 안 따를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한나라 ‘세종시 당론 갈등’ 일촉즉발

《세종시의 운명을 결정할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22일 열린다. 친이(친이명박) 주류 측은 의총에서 당론 변경을 위한 의결정족수(169명 중 113명)를 확보해 세종시 정국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지만 친박(친박근혜)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운영위원장인 임해규 의원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8일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당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2일 의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친박 진영의 일부 강경파 의원은 “세종시 논의를 위한 의총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양측이 동시에 활시위를 당기며 상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22일 단 한 차례의 의총에서 세종시 당론 변경이 곧바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 일각에선 세종시 의총이 몇 차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마냥 끌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총에서 주류 측의 의도대로 당론 변경이 이뤄지면 세종시 수정 논의는 탄력을 받겠지만 실패할 경우엔 추진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세종시 논의 중단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장악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류 측이 다음 주 의총에 다걸기하는 이유다.》
‘당론 변경’ 정면돌파 노려
중립의원 끌어안기 총력
일부부처 이전 절충안 제안도

[친이] 한나라당 내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16일 의원단합대회를 연 데 이어 17일 운영위원 회의를 열어 세종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22일로 예정된 ‘세종시 의원총회’가 세종시 수정안 처리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인 만큼 점검해야 할 사안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에선 내부적으로 점검한 표 계산을 하면서 중립 성향 의원들을 규합하는 방안도 깊숙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가 이처럼 세종시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설 연휴 이후에도 민심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수정안 지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선 수정안 지지가 설 이전보다 9.2%포인트가 하락한 45.0%로 나타났다.

친이계 권영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이슈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면서 앞으로 점점 무응답층이 늘어날 것”이라며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끝까지 고수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수정안 관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 수정안을 일부 손질해 ‘절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엔 ‘절충안’이 중립 성향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당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동아일보 조사에서 중립 성향 의원 28명 중 18명은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 ‘절충안’이 필요하거나 어느 안도 확실하게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중립 성향 의원 중 22명이 친이계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친이계인 정태근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열린 토론을 하다 보면 행정효율과 상관없는 일부 정부기관을 옮기는 다양한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내일로’ 운영위원장인 임해규 의원은 “오늘 회의에서 절충안에 대한 논의도 일부 있었으나 우선 수정안 자체가 다양한 공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만큼 수정안을 놓고 중립 성향 의원과 수정안 반대 의원을 설득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틀 짜맞춘 무의미한 의총”
전면 보이콧 대응 분위기도
일각선 “의총서 부당성 알려야”


[친박] 친이(친이명박)계가 세종시 관련 의원총회를 밀어붙이자 온건론을 펴온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중진들도 강경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친박계 최다선(6선) 홍사덕 의원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면 어떻게 철회하고 물러날 것인지를 생각해야지 저렇게 (의총으로) 의원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나. 참 한심한 사람들이다”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직 의총 문제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친박 진영 곳곳에선 대응 전략을 검토하느라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친박계 일각에선 의총을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종시 원안의 현재 당론을 변경하려는 친이계가 주도하는 의총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개인적으로는 의총에 참여해 당론(세종시 원안) 변경이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겠지만 (친박계) 의원들 다수는 의미 없는 의총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성헌 의원도 “당론 변경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의총을 열어 억지로 당론을 변경한다 해도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친박계 중진의원이 친박계 의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의총 보이콧’ 전략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친박계가 현실적으로 의총 개최를 막을 수 없고, 의총을 열어도 친이, 친박계의 견해가 바뀔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고 한다.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남은 해법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국민투표를 하는 두 가지 방법뿐”이라며 “국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친이계가 의총을 열려는 것은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친박계에 떠넘기고 이를 통해 국민투표 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의총에 적극 참여해 세종시 원안 고수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의총을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면 반드시 참여해 세종시 원안의 정당성과 수정안의 부당함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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