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일부 “野 정총리 해임안 내면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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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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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갈등 점입가경
‘계파 보스’ 총리 발언에 발끈… “與라고 감싸야 하나” 격앙\
친박계 전체 뜻과는 거리­…해임안 실현가능성은 낮아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5일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하자 정 총리에 반발하는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일부가 동조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친박계 전체 의원의 반응은 아니어서 해임건의안 처리가 당장 가시권으로 들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일부 친박 의원들의 이런 태도에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발끈하고 있어 친이-친박계 갈등이 분당이 우려되는 사태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격앙된 야당과 친박계

야당과 친박계를 자극한 것은 정 총리가 4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져 안타깝다”라고 말한 대목이다. 야당도 그렇지만 친박 진영은 정 총리의 발언을 박근혜 전 대표의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세종시 수정안 반대쪽으로 결집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총리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적절한 시점에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정 총리가 마치 국회의원 전체를 소신과 달리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국회를 완전히 폄하했다”고 가세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의 동조 움직임도 감지됐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의원이라고 해서 문제 있는 총리를 무조건 감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몇몇 친박계 의원은 5일 국회 본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통화를 하며 정 총리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세종시 관련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강경파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나오면 동조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와 총리실장이 ‘계파 보스’ ‘사회주의’ 운운하면서 막말을 일삼고 국회 답변에서 입법부 구성원 전체를 비하한 것이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도발적인 언사라는 얘기가 많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정 총리는 이날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거친 게 있다면 불찰이었다”라면서도 “내가 모든 국회의원, 정치인이 그렇다고는 안 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그렇다는 말씀”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해임건의안 실현 가능성은?

총리 해임건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1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86명)을 포함한 야당과 무소속 의원 127명(무소속 김형오 의장 제외) 외에 최소한 22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해임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친박계 의원들이 실제로 해임안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총리가 발언을 자제하고 이성을 회복해줄 것을 촉구하는 개인적인 의사 표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도 “누가 (해임건의안) 공조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냐”고 했고 이정현 의원도 “(해임안 공조는)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 안팎에선 총리 해임건의안은 한나라당을 분열시킬 수 있는 뇌관인 만큼 친박계도 쉽게 결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의 총리에 대한 질문 태도도 지나쳤다”며 “(해임건의안 동조는) 사실상 ‘갈라서자’는 것인데 분당을 결심하지 않는 한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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