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철도공사 비상상황실 방문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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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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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불법파업 안돼’ 다시 경고 메시지
KTX열차 타고 대구 방문
파업 감안 ‘전용편’ 운행 안해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비상대책본부를 방문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으로부터 파업 및 철도 운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비상대책본부를 방문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으로부터 파업 및 철도 운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비상상황실을 방문했다. 철도파업 및 철도운행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 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금 지구상에서 이런 식으로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가 어렵고 모든 나라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럴 때 파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법이 준수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철도공사가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메트로 기관사와 퇴직한 분들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철도공사 상황실 방문은 이날 대구 경북도청에서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회의 참석차 고속철도(KTX)를 타기에 앞서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합법적 노조활동은 보장하지만(이번 철도파업처럼) 불법적인 노조의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게 대통령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다. 더욱이 불법이 국민 불편과 국가적 손실을 부른다면 그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77일간을 끌었던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에 정부가 끝까지 원칙을 지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던 전례를 따르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부실기관의 근로자들이 불법 파업을 벌이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요즘 청소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는 점도 이번 파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여러 공사석에서 “유능한 젊은이들이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아 최상의 실력을 갖추고도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일자리 문제로 어깨가 처지고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답답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보장받은 공기업 노조원들이 파업을 벌이는 행태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이 KTX를 이용할 때는 경호상의 이유로 ‘전용편’을 운용하는 게 관례지만 이날은 ‘전용칸’ 외의 다른 객실에 일반승객들이 동승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철도파업 사태를 감안해 일반승객들도 탈 수 있도록 하라고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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