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주중 지사직 사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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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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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간담회서 날선 논쟁
일부 “충청 맹주 노림수” 관측
靑 “계산된 행보 같지만 만류”

한나라당 세종시특위는 1일 세종시 수정 반대의 선봉에 선 당 소속 이완구 충남지사(사진)를 국회로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세종시 문제와 직결된 충남지역 여론을 수렴하자는 취지였지만 간간이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의화 특위 위원장이 “아침은 드셨느냐”고 인사말을 건네자 이 지사는 대뜸 “벌써 먹었다. 충남서 서울까지 KTX로 58분밖에 안 걸려 출퇴근도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이 지사는 “도쿄(東京)는 신칸센 타고 1, 2시간 출퇴근하는 게 예사다. 우리는 너무 공간적 개념을 좁게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성운 의원이 “1시간 정도 출퇴근하는 것과 정부 기능을 120km 밖에 두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정부 기능을 쪼개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게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맞섰다. 다시 이사철 의원이 “비효율 문제는 ‘한번 해보자’고 테스트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 지사는 “행정부처 이전이 수도 분할이라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대전으로 돌아온 이 지사는 곧바로 충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등 지역 지도층 인사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상당수 참석 인사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하는 데 힘이 되기 위해선 지사직에 있어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아껴주시는 말씀은 고맙지만 예정대로 간다”며 사퇴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이번 주에 지사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선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는 “이 지사의 사퇴는 원안사수 투쟁대열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결국 이명박 정권을 돕는 행위인 만큼 우선 한나라당을 탈당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탈당은 없다. 당을 바꾸는 것은 국민이 원치 않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지사가 ‘탈당하면 도지사 이상을 꿈꾸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탈당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지사는 주변에 ‘대권’에 뜻이 있음을 내비쳐왔다. 그럼에도 지사직을 사퇴하려는 배경엔 이번 세종시 사태를 계기로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 잡으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도 이 지사가 차기를 노린 계산된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이 지사를 만류하고 잘 설명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 바탕에는 자칫 이 지사에 대해 강공으로 나갔다가는 충청권이 이 지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뺨을 때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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